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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인물 회원 '텃세'가 법정 다툼으로... 올림픽수영장서 무슨 일이

입력
2024.03.07 04:30
수정
2024.03.07 10:44
10면

고령 회원 텃세 시달리다 민원 냈지만
수영장은 오히려 '영구이용제한' 조치
시설 이용 세대 갈등 속출... 대책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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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텃세'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나이 많은 기존 회원들을 견디다 못한 이용자가 계속 민원을 제기했는데도, 수영장 측이 오히려 그에게 출입을 영구 불허하자 소송을 낸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편의시설 사용을 놓고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른 '세대 갈등'의 단면이다.

수영장에도 '갑질'이 있다고?

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7일 서울동부지법에 송파구 올림픽수영장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자회사 한국체육산업개발㈜을 상대로 '수영장등영구이용제한조치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40만 원의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했다. 올림픽수영장은 7,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공립수영장으로 88서울올림픽 당시 수영 경기가 진행된 곳이다.

갈등은 2년 전 싹텄다. 2022년 7월부터 1년간 올림픽수영장을 이용하던 A씨는 고령 회원들의 텃세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수영조 벽 양쪽에 머무르며 턴 방해하기△자체 룰을 앞세워 안전요원 계도 조치 무시하기 △수영조 안에서 무리 지어 장시간 대화하기 △경력 과시하며 다른 회원들 비하하기 △신입회원 운동 훼방 놓기 등이 그가 거론한 피해 사례다.

정상적 이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다. 그러나 수영장 측은 별다른 대응 없이 오히려 그에게 서면으로 '영구이용제한' 조치를 통보했다. 정당하지 않은 민원을 반복적으로 냈다는 이유였다. 수영장 측은 당시 스포츠센터이용약관 제9조에 근거해 제한 조치를 의결했다. '(센터는) 임의로 등록거부 및 강제탈퇴 등의 한시적, 영구 이용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서울의 한 수영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영장 텃세 금지 공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의 한 수영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수영장 텃세 금지 공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A씨 측은 '임의로'라는 용어가 모호해 올림픽수영장이 자의적으로 이용 권리를 침해했다고 반박한다. 이에 수영장 측은 '정당한 권리행사와 무관하게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사적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동일 사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도 회원자격 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동일 조항 5호도 근거로 제시했다. A씨는 이 역시 '반복성'과 '정당한 권리행사' 기준이 불명확해 조치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A씨 손을 들어주며 약관 9조를 '무효'로 결론 내렸다. 수영장 측도 약관을 수정했으나, 영구이용제한 조치는 풀지 않아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한 것이다. 수영장 관계자는 "모호한 약관 내용을 고친 건 맞다"면서도 "A씨는 자격 제한 요건을 충족해 조치를 철회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원을 해결하려 수영장도 안전요원들을 상주시키는 등 최선의 대응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가 촉발한 편의시설 '세대 갈등'

이번 소송은 언뜻 보면 개인과 공공기관 사이의 다툼 같지만, 배경에는 세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노년 인구가 크게 늘면서 이들의 스포츠시설 이용도 증가하고 있는데, 젊은 이용자와의 마찰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영장 텃세 피해를 호소하는 젊은 이용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따돌림당하는 건 예사고, "명절 떡값을 돌려라", "젊은 회원은 앉아서 샤워하지 말라" 등 과도한 요구와 갑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 6개월마다 추첨을 통해 회원을 재모집하고, 아예 홈페이지에 텃세 사례를 공개하는 등 기존 회원들의 세력화를 막기 위해 자정 노력을 하는 수영장도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문화의 충돌은 지속성을 띨 수밖에 없어 개선이 시급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령층에선 나이와 경력으로 서열화하는 행태가 남아있다"면서 "젊은이들은 이런 수직적 문화에 반감이 커 세대 갈등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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