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식당서 수수료 더 떼" VS "업계 최저"...3년 된 '배민 정률제' 총선 앞 또 논란

입력
2024.03.05 04:30
수정
2024.03.05 06:27
15면
구독

정률제 기반 수수료 체계에 반발 확산
3년 전 도입한 정률제, 새 방식은 아냐
"식당 부담 늘었다" 지적엔 "업계 최저"

서울 시내에서 운행 중인 배달의민족 라이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서 운행 중인 배달의민족 라이더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배민)이 최근 식당 주인에게 번 만큼 수수료(중개이용료)를 내게 하는 '배민1플러스' 도입을 놓고 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공식 입장을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배민1플러스 시행 이후 자영업자에게 수수료를 더 부담하게 한다는 문제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는 4일 홈페이지에 '배민1플러스 요금제 관련 설명문'을 올리고 "배민1플러스는 전에 없던 정률제를 새로 만든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배민1플러스를 둘러싼 논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배민의 수수료 체계를 살펴봐야 한다. 배민은 배달업이 대중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 2015년 정액제 형태의 울트라콜을 도입했다. 식당 주인이 월 8만 원을 내고 깃발 1개를 받은 뒤 이를 꽂은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1.5~3km 내 고객에게 가게를 알리는 방식이다.

깃발을 많이 살수록 더 넓은 지역에서 홍보할 수 있고 배달은 부릉 등 대행업체가 맡는다. 음식 주문을 하는 고객이 이용한 배민 애플리케이션(앱)에는 '가게배달'이라고 뜬다. 대부분의 식당이 정액제는 기본으로 쓰고 있다.

배민은 이어 2021년 6월 자체 배달 상품인 배민1을 내놓았다. 한집배달(단건 배달) 이후 지난해 알뜰배달(묶음 배달)을 추가했다. 정액제인 울트라콜과 달리 식당 주인은 음식값의 6.8%를 배민에 수수료로 내야 하는 정률제다. 가게 정보는 반경 4km에 사는 고객이 볼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인 배민1플러스는 식당 주인이 각각 가입하던 한집배달과 알뜰배달을 통합한 제도로 고객에겐 '배민배달'로 표시된다. 주인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기존처럼 6.8%다. 다른 건 배민1플러스를 선택한 식당 주인은 이전처럼 소비자와 나눠 부담하는 배달비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한집배달 기준). 대신 배민 측이 업주 부담 배달비로 정한 2,500~3,300원을 책임져야 한다.


수익 늘리려 정률제 확대 비판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배민1플러스를 향한 문제 제기는 크게 ①수수료 부담 확대 ②배달비 증가 등이다. 우선 일부 식당 주인들은 정률제 시행으로 수수료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한 달에 얼마 식으로 정해진 비용만 내야하는 정액제와 달리 정률제는 주문 금액에 따라 배민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배민은 정률제는 3년 전 시작한 제도로 완전히 새로운 수수료 체계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또 경쟁사인 쿠팡이츠, 요기요는 정률제만 시행 중이고 수수료율은 배민이 이들보다 낮다. 배민은 정률제가 식당 주인들 사이에서 정착한 점도 강조한다. 많은 식당들이 먼저 정률제를 통해 반경 4km 안에 있는 고객을 확보하고 그 밖에 있는 고객은 정액제 깃발을 꽂아 유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배민1플러스로 식당 부담 배달비가 늘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배민을 통해 2만5,000원짜리 음식을 주문 받은 식당 주인이 내는 배달비는 3,200원으로 2,900원인 쿠팡이츠, 요기요보다 높다. 배민은 배달비는 대부분 라이더에게 전달되는데다 업계 최저 수수료율까지 더하면 식당 측의 부담은 낮다고 설명한다.

배민1플러스에 대한 문제 제기를 두고 4년 전 21대 총선 직전 벌어진 '정률제 흔들기'를 떠올리는 시선도 있다. 일부에서 올해 총선을 지렛대 삼아 정액제 체계만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배민은 2020년 4월 수수료 5.8%를 부과하는 정률제를 도입했다가 자영업자, 정치권 반발에 없던 일로 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1플러스는 배민1과 비교해 정률제란 큰 틀은 같다"며 "경쟁사는 물론 해외 플랫폼도 사용하고 있는 정률제에 대해 비판을 받으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배민이 수수료 증대를 위해 정률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온다. 식당이 쓰는 기본적인 수수료 상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넘어갈수록 배민 수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배민이 앱에서 정률제 기반의 배민배달을 정액제 토대인 가게배달보다 크게 표시하고 있다며 자진 시정을 요청했다. 배민이 배민배달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민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022년 4,241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정률제를 통해 확대하고 싶을 것"이라며 "자체 배달인 배민배달을 통해 고객 정보를 쌓아 비마트 등 비음식배달 사업에 활용하려는 노림수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