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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경의 총선 줌인] '사천 논란'에 등 돌리는 호남, 수도권 격전지 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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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공천에 대한 평가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권심판론 정서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극심한 공천 내홍에 하락세를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관리 기조를 유지한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다. 민주당은 '친명·친문' 공천 갈등에 탈당설이 돌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잔류로 한숨 돌린 모습이다. 향후 본격 선거전에서 정권심판 정서를 결집시킨다는 구상이지만, 지난 6일 친명 자객후보에 의한 비명 현역의원의 '횡사'가 재연되면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분명한 정책 이슈가 없는 이번 총선의 향후 관전포인트는 민주당이 자중지란을 수습해 반등 계기를 찾을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①출렁이는 텃밭 민심 ②조국혁신당의 선전 ③비명 전멸 및 비례대표 추천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은데, ④여권 분열이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요인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한국갤럽(2월 5주) 조사결과, 호남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3%로 전주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무당층은 26%를 기록해 전주 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 이상 무당층이 늘어난 셈이다. 6일 발표된 연합뉴스·연합뉴스TV·메트릭스 조사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51%로, 직전 조사(2월 5일 발표) 대비 13%포인트 빠졌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20%로 직전 조사 대비 7%포인트 올랐다.
호남은 민주당에 대한 '애증'이 큰 지역이다. 지난 대선처럼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80% 이상 몰표를 던지기도 하지만, 실망하면 지지를 유보한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호남 지지층이 동요하는 것은 이러한 '비판적 지지'의 연장선상에 있다. 호남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이 이재명 대표가 공천을 정적 제거 수단으로 삼는 걸 보면서 '왜 이런 식으로 하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며 "김대중(DJ)은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자신에게 대들었던 정대철, 김상현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호남 지지율이 계속 흔들린다면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처럼 투표율 하락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일례로 대선 3개월 뒤 치러진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전북도 48.6%로 전국 평균(50.9%)보다 낮았다. 0.73%포인트 차로 진 대선에 대한 처절한 반성보다 '졌잘싸'에 안주했던 민주당에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다. 당시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정치를 재개했다. 패배한 민주당 대선후보들이 '내 탓'을 말하며 정치 일선을 잠시 떠났던 관례와는 정반대 행보였다.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송영길 전 대표의 지역구를 아무런 연고 없이 물려받는 것도 논란이 됐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저조해도 민주당 후보가 선거에 패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문제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이 3~5%포인트 차의 초박빙 승부를 벌이는 수도권 격전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당에 유리하다는 것이 통념인데, 정권심판 정서가 있더라도 민주당 공천에 실망한 지지층과 중도층이 투표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호남의 투표율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며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민주당 강세 지역인 인천 계양이나 부평 같은 곳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이 수도권 거주 출향민에게 영향을 준다면 격전지에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한다"며 "과거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지지율 1, 2%짜리 정당 후보들과 연대를 모색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을에선 이 대표가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와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인근 부평갑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의원이 무소속으로 뛰고 있고, 부평을에는 공천 배제로 탈당한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4년 전에는 민주당이 여유 있게 당선된 지역이지만, 민주당 탈당 인사들의 출마로 다자 구도가 된다면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호남을 포함한 민주당 지지층 이탈은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맞물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민주당 지지층에선 "지역구는 민주당을,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자"는 교차투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이 선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조 대표에 대한 정치팬덤 외에 △민주당보다 '반윤 선명성'을 앞세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강성 진보층 △'친문 배제' 공천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 △"진보당과 새진보연합, 시민사회세력까지 합친 비례정당에 왜 표를 주느냐"는 이들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6일 발표된 YTN·엠브레인리퍼블릭 조사에서 총선 비례대표 투표 정당을 물은 결과, 조국혁신당은 1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계열 비례정당(국민의미래)은 30%, 민주당 계열 비례정당(더불어민주연합)은 21%, 개혁신당 4%였다. 같은 날 연합뉴스·연합뉴스TV·메트릭스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계열 비례정당 28%, 민주당 계열 비례정당 14%, 조국혁신당 13%, 개혁신당 3% 순이었다.
지난달 29일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조국혁신당은 9%로, 국민의힘 계열 비례정당(32%), 민주당 계열 비례정당(23%)의 뒤를 이었다.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호남(14%), 진보(18%), 민주당 지지층(18%)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2일 발표된 MBC·코리아리서치의 총선 패널조사(2월 5주)에서도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13%였다. 조국혁신당 창당 이전 조사(2월 1주)와 비교하면 민주당계 비례정당을 택한 응답자들의 다수가 조국혁신당으로 이탈했다.
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조국혁신당이 선전할수록 더불어민주연합의 몫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라면 조국혁신당의 목표인 '10석'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예방을 받으며 '윤석열 정부 심판'을 강조하며 조국혁신당을 추켜세웠다. 대선 당시 '조국 사태'를 사과하면서 의도적으로 거리 두기를 해왔던 것과는 다른 기류다.
당장은 중도 확장보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전통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두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조국혁신당이 지역구에 후보를 낼 의사가 없기 때문에 수도권에서 민주당과 경쟁하며 국민의힘에 어부지리를 주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와야 하는 조 대표도 '사천' 논란이 불거진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과의 연대는 민주당의 딜레마다. 양측이 '정권심판'을 앞세워 연대할 경우 지지층 결집은 나타날 수 있지만, '조국 사태' 등으로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견인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천 학살로 이 대표에 대한 당내 거부감이 커지면서 조 대표를 차기 대권가도에서 '반윤 전선'을 이끌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이 대표와 조 대표가 경쟁관계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6일 친명과 비명이 맞붙은 경선 결과는 '피의 수요일'을 방불케 했다. 박광온 강병원 김한정 윤영찬 의원 등 비명 현역 7명이 친명과의 경선에서 무더기 탈락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번 경선 결과는 '비명 찍어내기'를 위한 시스템 공천이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내홍이 수습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추천과 순번 배치도 불씨다. 우상호 의원은 4년 전 방식을 뒤집고 전략공천관리위가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기로 한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촉박한 시간을 이유로 친명 지도부가 결정권을 독점하겠다는 얘기다. 옛 통합진보당 세력이 주축인 진보당, 새진보연합, 시민사회단체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의 면면과 순번 배치를 두고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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