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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비'가 뭐길래... 이스라엘 유로비전 참가곡 하마스 연상 가사 수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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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노래 하나가 유럽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오는 5월 열릴 유럽 최대 가요제 '유로비전'에 나설 노래 '10월의 비'가 주인공이다. 주최 측은 이 노래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연상시킨다며 출전을 거부했다. 당초 이스라엘 측은 반발했으나 "국제 행사에 나설 때"라는 대통령 주문에 결국 가사를 바꾸기로 했다.
영국 BBC방송 등은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유로비전 참가곡 가사를 수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국 내 유로비전 출전 곡 선정을 맡은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이날 작사가에게 "예술적 자유를 유지하면서 가사를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지난달 25일 "(유로비전을 주최하는) 유럽방송연합(EBU)은 '10월의 비'가 너무 정치적이라며 (출전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유로비전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담은 곡이 금지돼 왔다는 게 EBU 측 논리였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10월의 비'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가사에는 '사람들은 떠나가지만 작별을 고하지 않네', '나는 여전히 10월의 비에 젖어 있어' 같은 표현이 담겨 있다. 또 '긴긴 시간, 그리고 꽃'이라는 구절도 포함됐는데, 이스라엘 매체 하욤은 "꽃은 군 내에서 자국 전사자를 칭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가사는 대부분 영어지만, 말미는 히브리어로 '숨쉴 공기가 남아 있지 않아/공간이 없어/나는 날마다 사라지고 있어/그들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어'라고 맺는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대표해 이 노래를 부를 가수 에덴 골란(21)도 유로비전 참가자를 선발하는 이스라엘 TV쇼 '라이징 스타' 결승에서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을 두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진정으로 괜찮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BU로서는 이스라엘의 '정치적 의도'에 경계심이 커질 법한 대목이다.
당초 이스라엘은 '가사는 안 바꾼다'며 발끈했다. 지난달 칸은 "EBU가 이 곡을 거부하더라도 참가곡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유로비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스포츠문화장관도 엑스(X)에서 "이 곡은 오늘날 이스라엘 국민의 감정을 표현한 서정적인 노래이며 정치적이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이날 칸은 가사를 바꾸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칸은 X를 통해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특히 올해 목소리를 키우고, 고개를 들고, 모든 세계 행사에서 깃발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제 무대에서 이스라엘 옹호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소프트 파워' 가동 차원에서 한 수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비전은 1956년부터 시작돼 지난해 시청자 수 1억6,000만 명을 넘겼을 만큼 유럽에서 인기가 뜨거운 가요제다. 앞서 유럽 음악가 수백 명은 가자지구 전쟁 중인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참가 금지를 청원했지만, EBU는 이를 기각하고 이스라엘에 문을 열었다. 올해 유로비전은 오는 5월 스웨덴 말뫼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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