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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초 만에 평양 공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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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우리나라는 3·1절 휴일이었던 지난 3월 1일,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나타났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B-52H 전략폭격기 2대가 제주 남쪽에서부터 한반도 인근으로 접근해 동해상을 거쳐 알래스카 방향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해당 항공기들은 괌에 폭격기 태스크포스(BTF) 임무로 전개됐던 제23폭격비행대 소속으로 이번 비행은 BTF 임무를 마치고 미국 본토로 복귀하기 전 한반도 인근에서 일본과의 연합훈련을 실시하기 위함이었다.
이번에 전개된 B-52H 2대는 대만과 아주 가까운 일본 오키나와 서부의 요나구니섬 일대를 선회 비행한 뒤 제주 인근 공역과 대마도, 일본 시마네현 앞바다를 거쳐 일본열도를 따라 북상하다가 츠가루해협을 통과해 알래스카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전투기 8대가 교대로 호위 임무를 수행했고, 동해 상공에서 모종의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1년에 몇 번씩 반복되는 통상적인 훈련이고, 미국 본토 주둔 폭격기의 일반적인 BTF 전개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이번 BTF는 이전의 그 어떤 BTF 임무보다 무서운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바로 중국과 북한이 이전에 본 적 없는 가공할 위력의 무기를 사상 최초로 서태평양 지역에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B-52H 폭격기의 동해 비행이 있기 사흘 전인 지난달 27일, 이들 두 폭격기는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훈련을 실시했다. 미 공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B-52H 폭격기 날개 밑에 달린 어떤 미사일을 놓고 장병들이 뭔가 브리핑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미군은 이 장면이 ‘극초음속무기 친숙화 훈련(Hypersonic weapon familiarization training)’이라고 소개했다. 훈련에 참가한 부대는 폭격기를 운용하는 부대인 제23폭격비행대, 배치 직전의 신무기를 평가하는 제49시험평가대대로 확인됐다. 해당 부대는 보도자료에서 “훈련 참가자들은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훈련을 받았으며, 극초음속 무기를 이용한 작전에 대한 전술적 토의에 참여했다. 폭격기 승무원들은 극초음속 무기의 기본 사항과 운영 및 병참 고려사항, 심층적인 전술 논의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즉, 미국의 서태평양 전진기지인 괌에 사상 처음으로 극초음속 무기가 배치됐다는 것이다.
폭격기 날개 하단에 장착된 미사일의 정체는 AGM-183A. 일명 공중 발사 신속대응 무기(ARRW·Air-Launched Rapid Response Weapon)로 불린다. 통상 ‘애로’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제식명까지 받았음에도 연이은 발사 실험 실패로 지난해 공식적으로 개발 중단과 사업 폐기가 선언됐지만,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은 놀랍게도 시제품이 아니라 실제 탄두가 장착된 실탄, 즉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미사일이었다. 미 공군이 공개한 사진 속 미사일은 해당 미사일이 실험·훈련용이 아닌 실탄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노란색 띠가 그려져 있었고, ‘AR-AUR-005’라는 생산 일련번호도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사진이 논란이 된 것은 애로가 공식적으로는 개발이 취소된 무기이기 때문이다. 미 공군은 지난해 3월, 해당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고, 이보다 성능을 낮춘 저가형 극초음속 무기 ‘HACM’ 개발에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 애로는 사업 취소 발표 전까지 6차례의 시험 발사가 있었는데, 기술적으로 난도가 워낙 높다보니 대부분의 테스트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공군은 개발 취소 발표가 나온 뒤 7개월이 지난 작년 10월, 또 한번 시험 발사를 했고,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애로 관련 예산을 반영하는 등 이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개발이 어렵기는 하지만, 일단 완성되면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미사일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끝내주게 굉장한 미사일(Super duper missile)”이라며 극찬했던 가공할 성능의 무기다. 폭격기는 물론, F-15 전투기에서도 발사가 가능하고, 약 500해리, 926㎞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데, 속도가 무려 마하 20에 달한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킨잘’과 ‘지르콘’, 중국의 DF-17과 같은 극초음속 무기가 마하 10 이하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속도다. 인류가 만들어낸 무기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종말단계 속도가 마하 20~25 수준이다. ICBM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이기 때문에 미사일의 예상 접근 코스를 방어 측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방향과 고도를 바꿔가며 수평으로 비행하는 마하 20짜리 극초음속 무기는 미래 위치 예측과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레이더로는 접근 사실 자체는 어렴풋하게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미사일의 궤적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괌에서 애로 운용 실험을 했던 B-52H 전략폭격기들이 지난 2일 지나갔던 제주 인근 공역은 평양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700㎞다. 북한이 조기경보레이더로 운용하는 P-14 레이더의 탐지거리 밖이다. 만약 이곳에서 B-52H가 애로를 발사할 경우, 북한은 레이더에서 이상 항적은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어떤 코스로 어떤 시설을 향해 날아가는지 알 방법이 없다. 북한이 보유한 레이더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애로 미사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하 20까지 가속한 애로가 제주 남방 발사 원점에서 평양 김정은 관저까지 날아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10초 안팎이다. 북한이 기적적으로 애로 미사일의 접근을 인지해 김정은 관저에 대피 신호를 보내더라도 김정은이 길어야 1분 조금 넘는 짧은 시간 안에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피하지 못했을 경우 김정은의 관저는 운석의 30~40% 속도로 내리꽂히는 이 극초음속 미사일에 문자 그대로 잿더미가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살아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애로는 중국에 대해서도 엄청난 위협이 된다. B-52H가 한국의 서남 해역까지 진출해 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를 비행해 베이징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140초 정도다. 방공부대가 탐지하고 지휘 계선을 통해 최고 수뇌부에 보고하기까지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중국 지도부 역시 애로의 공격을 받을 경우 살아남기 어렵다.
미국도 이런 엄청난 속도의 애로가 얼마나 위력적인 무기인지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기술적으로 어렵고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고, 최근 중국·러시아의 위협이 증대되면서 그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히든카드로 애로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군은 비공식적으로 애로 프로젝트를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앤서니 코튼 미 전략사령관은 “전략적 수준의 작전에서는 핵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폭격기에 장착할 수 있는 준수한 장거리 재래식 무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밝히며 이 프로젝트를 부활시켰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미 공군은 현지 매체의 질의에 대해 “애로는 현재 운용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계획된 4번의 실험 중 3번을 완료했다. 아직 생산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사업이 폐기되지 않고 부활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미국이 괌에 실전 임무를 수행하는 폭격기부대와 배치 전 시험평가를 담당하는 부대를 함께 배치해 애로를 실험했다는 것은 이 미사일이 기술적으로 실전배치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고, 곧 배치가 이뤄질 것임을 의미한다. 현재 미 국방부는 2025회계연도 예산안을 작성 중이고, 이르면 이달 말 예산안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애로 관련 예산이 반영될 경우 가까운 시일 내에 양산과 실전배치가 이뤄질 것이다. 단 몇 발이라도 애로가 실전에 도입돼 서태평양 지역에 전개되는 BTF에 배치될 경우 북한과 중국은 이로 인해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현존하는 북·중 양국의 그 어떠한 방어수단으로도 대응이 불가능한 이 게임 체인저의 조기 등판이 과연 서태평양의 정세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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