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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강세에 '전직'만 30명 가까이... 새 얼굴 못 찾고 경력으로 채운 與 공천

입력
2024.03.03 20:30
수정
2024.03.03 21:1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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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의원' 최소 27명, 본선행 티켓
영남권 등 현역 물갈이 비율도 적어
시스템 공천, 경쟁력 내세우지만
기성 정치인 이길 신예 없는 인물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공천을 마무리하고 있는 국민의힘 공천의 가장 큰 특징은 '경력직' 중용이다. 실제 30명 가까운 전직 국회의원들이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부 초선들이 떨어져 나갔을 뿐, 재선 이상 현역도 대부분 살아남았다. 이는 결국 경쟁력 있는 새 얼굴을 찾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당장 본선에서 약점으로 드러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역은 안 잘리고, 전직은 대거 배치

3일까지 공천을 확정 지은 전직 국회의원은 최소 27명에 달한다. 먼저 수도권에서는 나경원(서울 동작을) 윤희숙(중성동갑) 오신환(광진을) 김경진(동대문을) 전 의원이 일찌감치 단수추천을 받았다. 김영우(동대문갑) 김은혜(경기 성남분당을) 심재철(안양동안을) 전 의원 등은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영남권에서도 이성권(부산 사하갑) 김희정(부산 연제) 박대동(울산 북구) 신성범(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전 의원이, 충청권에선 경대수(충북 증평진천음성)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김수민(충북 청주청원) 전 의원 등이 공천을 받았다.

당 지도부에서도 열세 지역에 전직 의원 배치를 우선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요청으로 서울 강서을에서 뛰게 된 재선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 영등포을 경선을 포기한 지 5일 만에 다른 지역으로 옮겨 총선을 치르게 됐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은 공천 신청도 하지 않았지만, 경기 고양정에 우선추천(전략 공천)을 받았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의원 대부분도 무난하게 공천을 받았다. 영남권의 경우, 지역구 의원 56명 중 33명(58.9%)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경선에서 패한 현역은 이주환(부산 연제) 전봉민(부산 수영) 김용판(대구 달서병) 김희곤(부산 동래) 임병헌(대구 중남구) 김병욱(경북 포항남울릉) 의원 등 6명에 불과한데, 모두 초선이다. 3선 이상 영남 중진 16명 가운데 김영선 의원만 컷오프됐을 뿐 11명이 공천을 받았다.

윤재옥 "진입장벽 여전히 높아"... 인물 부재가 근본 원인

'신인 가점, 중진 감점' 등 현 시스템이 가진 한계도 있지만,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인을 꺾을 만한 신인이 국민의힘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이런 현상은 수도권 험지에서 더 뚜렷하다. 4일 국민의힘에 입당할 예정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김영주 국회부의장 등 '전향파'를 즉각 선수로 활용하는 모습도 '인물난'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해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윤식 전 경기 시흥시장 역시 시흥을 공천 가능성이 크다. 경북 상주문경에서 3자 경선에 들지 못하고 컷오프된 한창섭 전 행정안전부 차관을 경기 고양갑에 우선추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현직 의원들의 장점은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다. 다만 세대교체를 바라는 민심에 부응하기 어렵고, 특히 전직들의 경우 본선 경쟁력을 장담하기 어렵다. 당의 미래를 위해 물갈이 비율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장청의 조화가 필요하지만 일정 부분 '새 피' 수혈이 이뤄져야 정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는데 누구나 공감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시스템 공천과 인적 쇄신,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잡을 것인가가 우리 당에 주어진 숙제"라며 "(중진에게) 감점을 주지만 신인들에게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고, 제도적으로 개선할 것이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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