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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를 YG에서 독립시킨 힘...아이돌 'IP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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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종료된 그룹 비투비는 앞으로도 '비투비'로 활동할 수 있다. 멤버들과 전 소속사가 그룹 상표권 사용에 최근 합의하면서다.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해 말 전속계약이 종료된 멤버들과 전 소속사 사이에 상표권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비투비를 비투비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그룹'으로 남을 뻔했다.
비투비 사례처럼 최근 그룹 이름과 관련한 소속사와 멤버들 간의 갈등은 완화되는 추세다. 대표적 예가 그룹 인피니트와 갓세븐이다. 인피니트는 지난해 5월 그룹 이름을 앞세운 ‘인피니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전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의 이중엽 대표가 리더 성규의 생일을 맞아 호의적으로 상표권을 양도했다는 뒷이야기가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갓세븐 역시 대부분의 멤버가 새 둥지를 찾아갔지만, 갓세븐이라는 이름의 권리는 멤버들에게 이양됐다. 멤버들이 상표권을 온전히 갖기 위해 1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그룹 신화의 경우를 떠올려 보면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구나 싶다.
이런 변화가 가능해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돌 그룹을 둘러싼 사회의 인식 변화일 것이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팝이 청소년이 열광하는 또래 문화에서 전 세계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받는 음악이 되기까지 30여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아이돌 음악과 문화는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가 됐다. 수많은 그룹이 자신의 이름과 젊음을 걸고 노래하며 춤추는 사이 10년 이상 활동을 지속하는 ‘장수돌’이 속속 등장했다. 덕분에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이돌 가운데 아이돌이라는 일을 ‘잠시 거쳐 가는 직업’으로 쉽게 여기는 이는 극히 드물다. 직업인으로서의 기본소양을 갖추고 시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더 이상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되려 하지 않는다. 그사이 문화계 전반의 분위기도 변했다. 레이블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건 TV와 라디오로 대표되는 레거시 미디어와의 긴밀한 관계 때문이었다. 가수의 활동을 돕고 널리 알리려면 레거시 미디어와 잘 지내야 했다. 이 관계성은 21세기 들어 점차 그 힘이 약화했다. 자기 채널을 가진 '1인 크리에이터' 시대가 열린 여파다. 대중에 이미 이름과 얼굴을 알린 K팝 아이돌들은 누구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었다. IP(지식재산권) 자체가 무엇보다 큰 힘이자 권력이 된 세상에서 상표권이나 계약을 붙들고 늘어지는 건 이제 그다지 얻을 게 없는 게임이 됐다.
올해 초 그룹 블랙핑크 멤버들의 연이은 개인 기획사 설립 소식도 무척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블랙핑크는 멤버 개개인의 높은 인지도가 그룹 인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직 정확한 거취를 밝히지 않은 로제를 제외한 제니, 지수, 리사 등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독립 레이블을 차렸다. 멤버 넷은 그룹 활동만 전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서 한다.
비로소 자신만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을 응원하는 한편 우려스러운 마음도 있다. 독립 레이블을 운영하는 그룹 씨스타 멤버 효린은 얼마 전 한 웹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 독립한 건 맞지만, 사업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IP 권력이 강해진 만큼 이를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전문 경영진이야말로 K팝 구조 변화에 앞서 가장 먼저 준비되어야 할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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