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아윌비백" 마지막은 터미네이터 음악과… 나발니 영면

입력
2024.03.02 13:30
수정
2024.03.02 13:30
구독

옥중 사망 2주 만 장례식 치러져
시민 수천 명 교회에 모여 추모
크렘린궁 "관련 집회 위법" 엄포

1일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밖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초상화가 꽃들과 놓여 있는 모습.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교회에선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 지 2주 만에 장례식이 열렸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1일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 대사관 밖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초상화가 꽃들과 놓여 있는 모습.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교회에선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 지 2주 만에 장례식이 열렸다. 베를린=EPA 연합뉴스

'푸틴의 정적'으로 불렸던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1일(현지시간) 지지자 수천 명의 추모 속에 영면했다. 시베리아 오지 감옥에서 의문사한 지 2주 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니 장례식은 이날 모스크바 남동쪽 '우톨리 모야 페찰리(내 슬픔을 달래소서)' 교회에서 엄수됐다. 나발니의 마지막 모습을 애도하기 위해 시민 수천 명이 교회 앞을 찾았다. 오후 2시쯤 나발리의 관이 검은색 영구차에 실려 교회 입구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나발니"라고 외쳤다. "푸틴 없는 러시아!" "러시아는 자유로울 것"이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추도식 영상 속 나발니는 눈을 감고 비교적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 있었다. 붉은색과 흰색 꽃이 그의 몸을 덮었다. 나발니의 어머니인 류드밀라 나발나야와 아버지 아나톨리 나발니는 정교회 목사의 안내에 따라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불참한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하늘에 있는 당신이 날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다음 달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다가 좌절된 보리스 나데즈딘과 예카테리나 둔초바 등 야권 인사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사들도 나발니의 마지막 길에 참석했다.

1일 알렉세이 나발니 장례식이 치러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교회 앞에 추도객들이 모여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1일 알렉세이 나발니 장례식이 치러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교회 앞에 추도객들이 모여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교회 장례식이 끝난 뒤 나발니 관을 실은 운구차가 인근 보리솝스코예 공동묘지로 향했다. 나발니의 부모는 아들이 땅에 묻히기 전 몸을 굽혀 아들의 이마에 키스했다. 나발니의 관은 프랭스 시내트라의 노래 '마이웨이' 음악을 배경으로 땅속으로 들어갔다. 또 나발니가 생전 가장 좋아한 영화로 알려진 '터미네이터2'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며 엄지 손가락을 들고 "다시 돌아오겠다(I will be back)"고 말할 때 나온 음악도 흘렀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발니 장례식을 계기로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허가되지 않은 모든 집회는 위법"이라고 경고했다. 대규모 시위로 인한 충돌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권단체 OVD-인포는 장례식이 열린 모스크바에서 6명을 포함해 러시아 전역에서 최소 67명이 이날 당국에 체포돼 구금 중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