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병'으로 불리는 '이 위암’…남성 생존율이 더 높다

입력
2024.03.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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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위암 환자 4,500여 명 분석 결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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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특정 위암은 남성이 예후(치료 경과)와 생존율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1저자 김지현 전임의)이 국내 인구의 90%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EBV)’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위암의 치료 양상을 분석한 결과다.

EBV는 침(타액) 등을 통해 전염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흔한 바이러스의 하나다. 타액 전염이란 특징 때문에 흔히 ‘키스병’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EBV는 특별한 예방법이 없고 감염돼도 대부분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가며,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에서 항체가 발견될 정도로 흔해 간과되기 쉽다.

그러나 EBV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위암 등 다양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다.

특히 위암에서는 전체의 10% 정도가 EBV 양성 위암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최근 의학계에서는 위암 세포의 분자적 특성을 구분하는 4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로 EBV의 양성 유무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팀은 EBV 양성 위암의 특성을 규명하고, 성별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지 밝히기 위해 2003~2023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암으로 진단‧치료를 받은 4,587명의 데이터를 조사‧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 위암 환자의 13.3%가 EBV 위암인 반면 여성은 3.3%에 불과했으며, 위암 자체가 남성에게서 자주 발생하기에 환자도 남성이 10배가량 많다.

또 EBV 위암은 일반적인 위암보다 분화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분화도가 낮을수록 침윤이 깊고 조직 형태의 구분이 어려워 미만형(점막 아래 퍼지는 형태의 암)으로 분류되면서 예후가 좋지 않지만 EBV 위암은 오히려 전체적인 생존율이 일반 위암보다 높은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는 남성에만 해당하는 사항으로 밝혀졌다. 남성에게서 EBV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0.8%로, 다른 위암이 85.3%인 것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았다.

반면 여성은 EBV 유무에 따라 5년 생존율이 각각 88.5%, 87.0%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EBV 위암에 대한 면역체계의 남녀 차이와 관계가 깊다고 추정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에 따른 면역 기능이 전반적으로 높아 EBV 양성 위암 발병률 자체가 낮지만 발생하면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않고, 남성은 EBV 양성 위암 발생률은 높지만 전이가 잘 되지 않으며 생존율을 높이는 결과를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김나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녀에 따라 EBV 위암 양상 차이를 자세하게 밝혀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이번 연구로 분화도가 낮은 미만형 점막하 침윤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전이가 잘 되지 않는 남성 EBV 양성 조기 위암이라면 부담이 큰 위절제술 대신 내시경 치료를 우선 시도해볼 수 있다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게스트릭 캔서(Gastric Cancer)’에 최근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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