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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꿈속으로 사라진 ‘꿈의 애플카’

입력
2024.03.02 14:00
수정
2024.03.28 16:22

10년 만에 ‘애플카’ 프로젝트 폐기 처분
핵심 인재 이탈…최근 5년간 151조 투자
생성형 AI 시장 진출…경쟁력 확보는 불투명
[아로마스픽(82)]2.26~3.1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시공간의 한계를 초월한 초연결 지능형 사회 구현도 초읽기다. 이곳에서 공생할 인공지능(AI), 로봇(Robot), 메타버스(Metaverse), 자율주행(Auto vehicle/드론·무인차), 반도체(Semiconductor), 보안(Security) 등에 대한 주간 동향을 살펴봤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9월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아이폰15 프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쿠퍼티노=AFP 연합뉴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9월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신제품 '아이폰15 프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쿠퍼티노=AFP 연합뉴스

“전기차를 연구해왔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 조직을 해산할 예정이고 이 사실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약 2,000명의 내부 직원들에게 알렸다.”

이례적이다. 신뢰도 저하와 대내외적인 위상 추락 등까지 감안하면 초대형 프로젝트의 노선 변경 공개가 쉽진 않았을 터. 지난 2014년부터 비밀리에 추진됐던 애플의 야심작이란 사실이 더해질 경우엔 충격파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블룸버그통신이 애플 관련 소식을 보도한 내용의 요지다. ‘스페셜 프로젝트’로 표현됐지만 관련 업계에선 2014년부터 완전자율주행 전기차 ‘타이탄’이란 코드명하에 진행해왔던 일명 ‘애플카’의 포기 선언으로 이해했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이 통신은 또 “애플 고위 임원들이 최근 몇 주간 개발 중단 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은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자(COO)와 베빈 린치 부사장도 공유했다”며 자세한 의사 결정 과정까지 소개했다. 아울러 정확한 규모까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인공지능(AI) 부서로 이동하거나 일부는 해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애플이 지난 5년간 애플카에만 1,130억 달러(한화 약 151조 원) 이상 투자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에선 "애플이 한때 운전대와 페달까지 생략한 자동차를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오래 전에 이런 구상은 포기했다"며 "애플카 가격을 약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로 책정했으나 애플카가 자사의 다른 제품에서 누리는 이익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우려해 왔다"고 소개했다. 애플은 미 샌프란시스코에서만 60대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통해 시스템 개발에 주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 2021년 4월 미 뉴욕타임스 팟캐스트인 '스웨이'에서 “자율주행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은데, 애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공언도 3년 만에 허언으로 돌아왔다.

예고됐던 애플카 탈선…천문학적 투자 손실과 혁신 이미지 추락

애플은 지난 2022년 5월 자사 개발자 회의로 열렸던 ‘WWDC 2022’에서 아이폰에 깔린 응용소프트웨어(앱)까지 사용 가능한 ‘카플레이’ 자동차용 운영체제(OS)를 소개하면서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은 지난 2022년 5월 자사 개발자 회의로 열렸던 ‘WWDC 2022’에서 아이폰에 깔린 응용소프트웨어(앱)까지 사용 가능한 ‘카플레이’ 자동차용 운영체제(OS)를 소개하면서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사실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운전석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인식된 애플이 탑승했던 탓이다. 이런 관심은 객관적인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2022년 9월 당시, 글로벌 마케팅 기업인 스트래티지 비전이 20만 명의 미국 내 신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계 45개 자동차 브랜드 선호도(중복응답) 조사 결과에서 애플카는 25%를 차지했다. 도요타(38%)와 혼다(32%)에 이어진 3위로, 포드(21%) 및 테슬라(20%)까지 밀어낸 결과였다. 실체는 고사하고 출시조차 불투명했던 당시에도 애플카에 대한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지도는 이미 확고했단 얘기다.

하지만 애플카의 탈선 조짐은 사전에 곳곳에서 감지됐다. 당장 핵심인력들부터 이탈했다. 타이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더그 필드 책임자는 지난 2021년 9월 퇴사, 포드자동차로 움직였다. 지난달엔 애플카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DJ 노보트니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애플을 떠났다. 여기에 레이더 시스템 개발 수석 엔지니어 및 배터리 시스템 그룹의 엔지니어링 관계자들도 속속 다른 회사로 옮겼다.

당초 목표했던 기술 구현 목표도 갈수록 후진했다. 애플카 구상 당시 내장될 성능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엔 불가능한 ‘꿈의 자율주행’ 단계로 여겨졌던 ‘레벨5’였지만 갈수록 현실적인 기술 문제에 봉착, 최근 들어선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만 가능한 ‘레벨2+’ 수준까지 하향 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플 내부에서조차 “테슬라 모방 제품에 불과하다”는 조롱 섞인 비판도 비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에선 프로젝트 출범 때부터 2025년으로 정했던 애플카 출시 시점은 2026년으로 연기된 데 이어 지난달엔 2028년으로 또다시 연기됐다고 전한 바 있다.

아무리 애플이지만…뒤늦게 뛰어든 인공지능(AI) 시장 경쟁력은 ‘글쎄’

지난 2022년 말 출시된 오픈AI의 ‘챗GPT’를 계기로 개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경쟁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쩐의 전쟁’을 벌일 만큼 과열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2년 말 출시된 오픈AI의 ‘챗GPT’를 계기로 개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 경쟁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쩐의 전쟁’을 벌일 만큼 과열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애플이 애플카를 버리고 선택한 노선은 AI다. 쿡 CEO는 블룸버그통신 보도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연례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생성형 AI의 놀라운 잠재력을 보고 있다”며 “현재 이 분야에 (애플이)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유다”라고 밝혔다. 쿡 CEO는 또 "우리는 생성형 AI가 생산성 등에서 이용자들에게 혁신적인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며 "하반기에는 미래를 재정의할 수 있는 생성형 AI에서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방법을 여러분과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내에 생성형 AI와 관련된 깜짝 발표를 기대해도 좋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수년간 AI 기술을 연구해 왔다고 강조한 그는 이어 "AI는 이용자의 삶에 녹아들어 있다"며 "AI를 통해 애플워치는 이용자가 산책하는지, 수영하는지 등을 자동으로 감지해 운동을 추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동차 사고를 당했을 때 아이폰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면서 자사 제품에 AI가 이미 내장,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혁신적인 이미지에선 이탈한 애플이 뒤늦게 뛰어든 생성형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서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해 구글, 아마존, 인텔, 메타(옛 페이스북), xAI(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설립) 등까지 참전한 생성형 AI 시장 경쟁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답게 규모 역시 천문학적인 ‘묻지마 투자’ 형태의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애플은 혁신을 표방했던 고 스티브 잡스가 이끌고 있었던 기업이 아니다”라며 “생성형 AI 시장에서 애플이 존재감을 가져가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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