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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크림 초코파이·감귤 후렌치파이…스테디셀러 과자의 이유 있는 변주

입력
2024.03.06 12:00
수정
2024.03.06 16: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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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에 시즈닝 가미·부재료 추가해
새로운 제품 아닌 '주력 제품' 변형하는 이유

오리온은 1974년 '초코파이情' 출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2일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은 '초코파이 하우스' 2종을 출시했다. 오리온 제공

오리온은 1974년 '초코파이情' 출시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2일 마시멜로 대신 크림을 넣은 '초코파이 하우스' 2종을 출시했다. 오리온 제공


국민 간식 '초코파이'가 더 부드러워졌다. 최근 오리온이 50년 만에 마시멜로 대신 우유크림을 제품에 사용한 신제품 2종을 출시하면서다. 오리온은 과거 초코파이의 빵에 다른 향을 가미해 바나나맛, 딸기맛, 수박맛 등을 선보였지만 맛의 중심이 되는 핵심 원료인 마시멜로를 빼고 우유크림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과업계가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 과자의 맛에 변화를 주고 있다. 시즈닝을 가미하거나 부재료를 추가하면서 기존 제품에 다른 맛을 가미한 스핀오프(파생작) 제품을 잇따라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면서도 흥행 실패의 부담을 덜기 위한 일석이조 카드인 셈이다.


장수제품은 고루하다는 이미지 탈피…이색 제품으로 재탄생

해태제과는 1월 '후렌치파이'의 겨울 시즌 에디션 '후렌치파이 감귤 마멀레이드'를 출시했다. 해태제과 제공

해태제과는 1월 '후렌치파이'의 겨울 시즌 에디션 '후렌치파이 감귤 마멀레이드'를 출시했다. 해태제과 제공


오리온이 최근 초코파이에 우유크림을 넣은 것은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다. 초코파이는 해외에서는 매출이 꾸준히 잘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옛날 과자'라는 인식과 함께 젊은 층의 소비가 줄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소매점 기준 오리온의 초코파이 판매량은 2020년 약 1,029억 원에서 2023년 약 870억 원으로 15.5% 감소했다.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중이었다.

해태제과는 최근 핵심 제품 중 하나인 '후렌치파이'에 제주 감귤잼을 넣은 한정판 '후렌치파이 감귤 마멀레이드'를 내놓았다. 올겨울 제주 감귤을 수확함과 동시에 농축해 제조 공정을 최소화하면서 품질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껍질까지 통째로 갈아 마멀레이드로 만들어 실제 감귤을 먹는 듯한 식감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아이스크림 '빵빠레'를 바 형태로 재해석한 '빵빠레 소프트바' 2종을 선보였다. 최근 몇 년 동안 빵빠레 매출이 매년 10%씩 늘어나 내친김에 과감한 도전을 시도해보자는 의도다. 신제품은 부드러운 식감의 과자와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끈다는 점을 적극 활용했다.

스핀오프 제품은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이벤트성 제품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거나 품질을 향상시키는 등 공을 들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핀오프 제품이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잘만 타면 또 다른 효자 제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장수 제품들은 MZ세대에게 오래됐다는 이미지가 강해 이를 바꿔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익숙한 맛 찾지만…'펀슈머'도 공존

농심의 신제품 먹태깡은 누적 판매량이 1,500만 개를 돌파했다. 농심 제공

농심의 신제품 먹태깡은 누적 판매량이 1,500만 개를 돌파했다. 농심 제공


소비자의 입맛이 갈수록 고급화되면서도 익숙한 맛을 좋아하는 성향이 공존하는 것도 스핀오프 제품이 늘어나는 이유다. 아예 새로운 맛의 신제품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소비자를 설득하기도 어려워 히트작으로 키우기 더 힘들다.

때문에 스테디셀러를 활용하는 것이 제과업체에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을 즐겨 찾는 팬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핀오프 제품을 활용하면 실패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선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낯선 과자보다는 좋아하던 과자에 조금 다른 맛을 가미한 것이 도전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새우깡'을 변주한 농심의 '먹태깡', '오잉'을 재해석한 '오잉 노가리칩'이 흥행하면서 이색 경험을 추구하는 '펀슈머'(Fun+Consumer)를 잡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먹태깡은 최근 누적 판매량이 1,500만 개를 넘기면서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 '먹태깡 큰사발면' 등 다른 품목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1,000만 개 넘게 팔린 노가리칩은 '키스틱 노가리스틱 청양마요맛'과 '오잉 노가리땅콩 청양마요맛' 등으로 제품이 세분화되고 있다. 라인업 범위를 넓히면서 꾸준히 팬층을 확보해 먹태깡과 노가리칩을 주력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게 두 회사의 목표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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