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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결혼 문화의 적폐 '신부 값', 아무리 때려잡아도 오히려 상승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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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년간 한반도와 교류와 갈등을 거듭해 온 중국. 우리와 비슷한가 싶다가도 여전히 다른 중국. 좋든 싫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할 중국. '칸칸(看看)'은 '본다'라는 뜻의 중국어입니다. 베이징 특파원이 쓰는 '칸칸 차이나'가 중국의 면면을 3주에 한 번씩 보여 드립니다.
지난해 초 중국 허난성 시골 마을의 한 결혼식장. 신부를 태운 웨딩카가 도착했지만, 신부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른바 '차이리(彩禮·결혼 지참금)'를 받기 전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시위였다. 신랑의 부친은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을 동동 구르며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돈을 융통했다. 그제야 신부는 차에서 내렸고, 신랑 아버지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듯 눈물을 쏟아냈다.
차이리는 중국의 오랜 결혼 풍습으로, 결혼 전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지불하는 돈이다. 말로야 '신부 가족에 대한 존중의 표시'라지만, 사실상 '21세기판 신부 몸값'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 온 악습이다. 특히 도시에 비해 수입이 적은 농촌 총각들로선 감당하기 힘든 탓에, 결혼을 아예 단념하게까지 하는 '최대 적폐'로 지목돼 왔다.
차이리를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결혼식 직전까지 이어지는 양가 간 '차이리 협상', 또는 차이리만 받아 놓고 결혼 직후 신부가 이혼을 요구해 빚어지는 법적 분쟁은 예사다. 지난해 차이리를 노리고 16세 딸을 강제로 시집보낸 파렴치한 아버지가 고발되는가 하면, 2019년엔 빚을 내서 마련한 40만 위안(약 7,200만 원)을 차이리로 썼는데도 결혼이 성사되지 않자 홧김에 약혼녀를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 사회를 종종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슈인 셈이다.
차이리 문화는 중국의 '인구 절벽'을 가속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도 지적된다. 신부 측에서 차이리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거나, 과도한 차이리 비용 때문에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사회적 흐름이 혼인율 급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고, 이는 자연스럽게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중국 민정부에 따르면, 2022년 중국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80만3,000건 줄어든 683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9년 연속 내리막세임을 보여 주는 수치이자, 1986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었던 건 아니다. 민정부는 2021년 중국 전역에서 32개 지역을 '혼인 문화 개혁 시범 도시로 선정하고, 지역마다 차이리 근절 정책을 내놓도록 했다. 급기야 중국공산당은 연간 최우선 과제를 담는 '1호 문건'에 "잘못된 차이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적시했다.
지방 당국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차이리' 악명이 높은 지역인 장시성은 △3만 위안 이상 차이리 금지 △현금 대신 간소한 선물로 대체 △'차이리=악습' 인식 확산 등의 구호를 앞세운 캠페인을 벌였다. 간쑤성 정닝현은 '농촌 가정은 8만 위안, 공무원은 6만 위안'이라는 구체적인 상한선을 제시했다. 간쑤성 딩시시는 신부 값을 5만 위안으로 제한하고, 결혼식 연회 테이블도 20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대대적인 '차이리 때려잡기'에도 불구, 농촌 지역에서 차이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시성사회과학원의 덩훙 연구원은 인민망에 "농촌 여성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나가고 있다"며 "결혼 적령기 여성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더 높은 신붓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혼인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중국 전체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수)는 104명이었는데, 같은 해 농촌 지역의 성비는 108명이었다. 농촌 지역의 남초 현상이 훨씬 심각한 상태로, 신부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신붓값도 상승하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 업체 구위데이터가 2020년 기혼자 1,8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30개 성·시·자치구(티베트자치구 제외)의 차이리 평균값은 6만9,000위안(약 1,2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저장성이 18만3,000위안(약 3,3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헤이룽장성 15만2,000위안(약 2,800만 원) △푸젠성 13만1,000위안(약 2,400만 원) △장시성 11만2,000위안(약 2,000만 원) △네이멍구자치구 11만1,000위안(약 2,000만 원) 등이 2~5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리고 산시성(9만3,000위안·약 1,700만 원)과 랴오닝성(9만 위안·약 1,600만 원), 구이저우성(8만9,000위안·약 1,600만 원), 윈난성(8만5,000위안·약 1,500만 원), 톈진시(7만7,000위안·약 1,400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수도 베이징과 경제 수도 격인 상하이는 각각 6만3,000위안(약 1,100만 원), 7만2,000위안(약 1,300만 원)으로 18위·12위에 그쳤다. '장강 경제 삼각주' 중 한 곳인 저장성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에서 차이리 시세가 더 높았던 것이다.
2020년 이후 차이리 값 통계는 찾기 어렵다. 다만 관영 신화통신은 2022년 중국 온라인에 유포된 '전국 차이리 순위'를 인용해 차이리 가격이 상승 중이라고 추정했다. 통신에 따르면 장시성의 2022년 차이리 평균값 추정치는 38만 위안(약 7,000만 원)으로, 2년 만에 3배 이상 뛰었다. 푸젠성도 30만 위안(약 5,500만 원)으로 2배 이상 올랐고 , 랴오닝성 구이저우성 등도 오름세였다.
상승폭이 가장 큰 장시성은 중국에서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다. 성비가 무려 120명에 이른다. 양화 중국 우한대 교수는 "농촌 지역 성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부의 어떤 차이리 제한 정책도 효력을 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농촌 여성을 '성비 불균형을 악용해 차이리 문화를 부추기는 탐욕스러운 존재'로 묘사하는 억지 주장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농촌 신부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 시골 지역에선 여전히 신부의 존재가 밥을 짓고 아이를 키우는 '가사 노동력'으로 인식된다"며 "차이리는 이러한 노동력의 대가"라고 짚었다. 나아가 신부 입장에선 홀로 남겨질 친정 부모의 생계비 마련이 절실하다. 자신의 결혼으로 노부모를 더 이상 돌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창 학업 중인 동생이 있다면 등록금에 보탤 돈도 필요하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각 가정의 경제난까지 깊어졌다. 신랑 측에 더 많은 차이리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는 얘기다.
일부 사회학자가 '사회 복지 강화'를 차이리 문화 근절 해법으로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안전망이 튼튼하면 신부로서도 과도한 차이리를 요구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신부를 '가사 노동력'으로 보는 중국 사회 인식 자체가 문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표회의 폐막식 연설에서 "결혼·육아에 관한 새로운 문화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여성들은 중화 민족의 전통적 미덕을 고취하고 가풍을 확립하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여성의 역할은 집안에 국한된다는 게 중국 최고 지도자의 인식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차이리가 가사 노동 대가라면, 차이리 문화를 부추기고 있는 건 오히려 중국 정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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