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13년 만에 사상 첫 '연간 흑자' 달성…노동문제·납품업체 갈등은 숙제로

입력
2024.02.28 19:00
수정
2024.02.28 19:5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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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6,174억 원…첫 연간 흑자 달성
성장 중 여러 논란도…"더 투명하게 발전해야"

쿠팡이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로켓배송'을 널리 알린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창사 13년 만에 처음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로켓배송에 큰돈을 투자하면서 점유율을 키우는 '계획된 적자' 전략이 빛을 보게 됐다.

그러나 빠른 성장 중 과로사, 블랙리스트 등 이슈로 노동계와 갈등을 빚고 납품업체와의 사이에서 수수료를 두고 잡음도 나왔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의 거센 공세는 새로운 도전으로 꼽힌다.


흑자 일등공신은 로켓배송…대만 진출·쿠팡이츠 성과도

쿠팡 연간 실적 추이. 그래프=박구원 기자

쿠팡 연간 실적 추이. 그래프=박구원 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쿠팡Inc(쿠팡)은 2023년 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오른 31조8,298억 원(243억8,300만 달러·연평균 환율 1305.41)을 기록했다고 27일(현지시간)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6,174억 원(4억7,300만 달러)으로 처음 흑자를 냈다.

쿠팡은 2021년 영업적자가 1조7,097억 원(14억9,396만 달러)에 달했으나 2022년 1,447억 원(1억1,201만 달러)으로 92% 줄였다. 이후 2022년 3분기 첫 분기 영업흑자를 낸 뒤 6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더니 지난해 연간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쿠팡의 급성장에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확보한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의 증가가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와우 회원은 1,400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도 2,100만 명으로 16% 늘었다.

그동안 6조 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감수하며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넘는 물류센터를 짓는 등 로켓배송에 투자한 것이 제대로 먹혔다는 분석이다. 쿠팡은 중단 유통사와 택배 터미널을 거치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없애고 직매입을 바탕으로 제조사, 쿠팡 물류센터, 배송센터, 고객 네 단계로 경로를 줄여 배송 시간을 아꼈다. 또 대만 진출,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다른 사업 분야의 매출도 전년보다 27% 는 1조299억 원(7억8,9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쿠팡은 그럼에도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콘퍼런스콜에서 "한국과 대만의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매우 낮다"며 "이 지역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와우' 경험을 확대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쿠팡이 최근 무섭게 치고 나가는 중국계 이커머스의 도전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계 이커머스의 국내 매출 규모는 30조 원대 쿠팡에 비해 미미하지만 이들의 월간 실사용자 수를 모두 합하면 1,000만 명을 넘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쿠팡이 배송의 경쟁력을 얼마나 강화하는지, 쿠팡플레이 등 국내 중국계 이커머스가 제공하지 못하는 가치를 얼마나 극대화하는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계, 납품업체와도 갈등 빚어…알리 등의 위협도 복병

쿠팡이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지난해 6,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2010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사진은 28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가파른 성장 속에 한계도 드러났다. 최근 쿠팡의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일부 물류센터 근로자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앞서 쿠팡은 택배·물류센터 현장 근로자의 사망과 관련, 노동계와 과로사 여부를 놓고 공방을 이어왔다. 또 대형 제조사인 CJ제일제당 등과 납품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납품 중단 사태도 빚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이) 급성장하다 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무나 경쟁자와도 상생할 수 있는 속도 조절 등은 매끄럽게 해내지 못한 것 같다"며 "효율적 운영이 가능해진 현 상황에서는 기업을 더 투명하고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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