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는 왜 이 시점에 이재용‧조주완을 만났을까

입력
2024.02.29 04:30
수정
2024.02.29 06: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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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조주완 대표와 오찬…XR 협업 공식화
삼성 이재용 회장과 AI?반도체 협력 논의
29일 윤석열 대통령 면담 예정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확장현실(XR)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확장현실(XR) 사업의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협력 방안을 찾았다.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국내외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저커버그 CEO는 AI 반도체, 확장현실(XR) 등 한국의 첨단기술 인프라에 큰 관심을 보였다.

LG전자는 28일 메타와 XR 신사업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LG전자는 "제품부터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까지 두 회사의 역량을 결집해 미래 가상 공간 영역의 고객경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저커버그 CEO를 만나 두 회사의 XR 전략과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메타의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 '라마'를 LG전자와 메타가 함께 만들고 있는 XR 기기에서 활용하고 LG전자의 스마트TV 플랫폼 '웹OS'를 메타의 XR 기기와 연동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에는 ㈜LG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봉석 부회장,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등이 함께했다.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조 대표는 "그동안 협업해 온 혼합현실(MR) 디바이스(기기), 메타의 초대형 언어모델 라마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두 가지 주제로 얘기 나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MR기기의 구체적 모습은 내년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는 "(저커버그와) 화상으로는 자주 만났지만 실제 만난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후 서울 강남 메타코리아로 이동해 비공개로 국내 XR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저녁에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부인 프리실라 챈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별도의 임원 없이 만난 세 사람은 AI 반도체와 XR 사업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는 자체 개발한 1세대 AI 반도체 'MTIA'에 이어 최근 2세대 제품을 공개했는데 이 칩들은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에서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통해 삼성전자와도 손을 잡을 가능성이 나온다. XR 기기 제작과 개발을 두고도 양사가 협력할 여지가 있다. 저커버그는 2013년 6월 당시 이재용 부회장 등과 면담했고, 함께 가상현실(VR)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2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AI 안보 등 미래 산업을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PC, 스마트폰 이후 산업 판도를 바꿀 디바이스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후 국내 확장현실(XR)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8일 오후 국내 확장현실(XR)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메타코리아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ICT 업계에서는 저커버그가 이 시점에 XR 기기에 공을 들이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몰입감과 직관성을 갖춘 XR 기기를 두고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디바이스'라는 평가가 나온다.

21세기 글로벌 산업은 최첨단의 정보통신기술(ICT)이 해당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는 디바이스(기기)를 만날 때마다 판도가 뒤바뀌었다. 개인용컴퓨터(PC)가 보급되면서 일반인도 컴퓨터를 쉽게 다룰 수 있는 운영체제(윈도우)를 만든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장을 독식했고 스마트폰이 널리 쓰이면서 구글(안드로이드)과 애플(iOS)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지난해 챗GPT를 통해 AI 산업의 파괴력을 실감한 빅테크들은 AI 기술을 제대로 보여줄 디바이스를 찾는 데 혈안이 돼있고 XR은 전기차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첨단 기술은 점점 사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발전했는데 ①일반인들이 복잡한 AI 기술을 활용하려면 리모컨으로 간단히 다룰 수 있는 XR 기기가 안성맞춤이라는 평가가 많다. 또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도 XR기기가 제격이고 PC, 스마트폰처럼 1인당 한 대 이상 살 수 있는 폭발적 성장성을 갖췄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XR 시장이 2022년 293억 달러에서 2026년 1,000억 달러로 연평균 36% 성장할 거라고 본다. 메타는 2014년 XR 기기 시장에 등장했고 지난해 말 최신 MR 헤드셋인 '퀘스트3'를 선보였다. 최근 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한 애플과 XR 기기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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