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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호'의 딜레마...소방수 아닌 자충수 될 수도

입력
2024.02.28 19: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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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올림픽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3일 인천공항에서 튀르키예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황선홍 올림픽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13일 인천공항에서 튀르키예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한축구협회가 3월 A매치를 위해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해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4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한 23세 이하(U-23) 카타르 아시안컵이 만만치 않음에도 '최종 모의고사' 격인 내달 서아시아 대회에 수장 없이 나서게 됐다. 올림픽 예선을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에 축구협회의 감독 겸직 결정은 자충수가 될 수도 있어서다.

28일 축구협회는 3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3, 4차전인 태국과의 경기 장소와 시간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3차전은 내달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갖고, 4차전은 내달 26일 오후 7시 30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스타디움에서 치른다. 황 감독은 이에 앞서 다음 달 11일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 뒤 18일 대표팀을 소집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간은 올림픽 대표팀의 최종 평가전 격인 서아시아 대회 일정과 겹친다. 3월 18일부터 사우디 담맘에서 열리는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은 주로 서아시아팀들이 참가하지만 지난 대회부터 다른 아시아국가를 초청했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요르단 호주 이집트 태국 한국 등이 대회를 치른다. 세계 최초로 10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최종 시험장으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그런데 황 감독이 A대표팀 수장을 겸하면서 이 대회에 불참하게 됐다. 4월 아시안컵 한 달 전에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 이번 아시안컵 3위 안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중동의 강세와 동남아시아의 약진은 한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홍현석(헨트) 등이 나선 지난 U-23 아시안컵에선 일본과의 8강전(0-3) 대패로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서 톱시드를 받지 못하고 '죽음의 조'(B조)에 일본 UAE 중국과 묶인 것도 전 대회 부진 탓이다. 이런데도 황 감독이 빠지고 코치진이 선수단을 이끌게 됐다.

A대표팀 역시 갈 길이 멀다. 우선 황 감독이 코치진을 구성하지 못했고, 선수 선발도 가시밭길이다. 해외파와 국내파를 아우르고 세대 간 갈등을 봉합에 일조할 코치진 구성이 급선무다. 여기에 선수단 갈등의 중심에 선 이강인 등을 불러들일지 황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듯하다.

다만 A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에서 2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어 올림픽 대표팀보다 상황이 낫다. 이 때문에 태국(FIFA랭킹 101위)전에 임시 감독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축구협회도 이를 부각해 황 감독을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 감독이 태국전을 모두 승리한다면 어수선한 A대표팀 분위기가 회복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3월 서아시아·4월 아시안컵 대회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축구협회와 황 감독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특히 황 감독은 커리어에 상당한 흠집이 생길 수도 있다.

축구협회는 6월 A매치 전까지 A대표팀 정식 감독을 뽑겠다는 입장이다. 황 감독은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축구협회와 계약돼 있다. 황 감독은 "한국 축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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