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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태연 밀어내고 양갱 품귀 사태...비비 '밤양갱' 다디단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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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가수 이효리가 집에서 후드티를 입고 이렇게 흥얼거리며 찍은 영상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어려서 먹은 밤 맛 나는 양갱이 문득 떠올라 추억을 나누고 싶어서였을까. 노래의 진짜 임자는 따로 있다. 가수 비비(26). 그의 노래 '밤양갱'이 요즘 인기다. "멜로디와 가사가 감칠맛 난다"는 입소문을 무섭게 타면서 28일 기준 유튜브를 비롯해 멜론·지니뮤직 등 주요 음원플랫폼 인기곡 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지난 14일 공개 당일엔 톱10 문턱도 밟지 못했다가 아이유와 태연 등 '음원 강자'들의 신곡을 줄줄이 밀어내고 일군 흥행 반전이다.
'밤양갱'은 아이돌 K팝에선 듣기 어려운 왈츠풍의 단순하고 흥겨운 멜로디에 입에 착 달라붙는 노랫말이 특징이다. "후렴이 쉽고 또렷하며"(김윤하 음악평론가) "양갱을 소재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연인의 이별 과정을 힘 쫙 빼고 얘기"(김도헌 음악평론가)해 다양한 세대를 사로잡았다. 과잉된 자의식 없고 따라 부르기 쉬운 '이지 리스닝' 노래의 힘이다.
"할머니가 사준 양갱" 타임머신 탄 비비
노래 '인생은 나쁜X'(2022)에서 "섹스 머니 나를 중독시키지만"이라고 과감하게 노래한 'Z세대 가수'는 어떻게 양갱을 소재로 한 곡을 냈을까. 소속사 필굿뮤직 관계자 등에 따르면, 비비는 지난해 3월 자신의 공연에 게스트로 나선 장기하와 그해 봄부터 신곡 합작을 시작했다. 장기하는 연인에게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는 소박한 사랑을 밤양갱에 빗대 노랫말을 썼다.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활동할 때 쓴 노래 '나란히 나란히'(2018) 속의 떠난 연인이 상대에게 보내는 답가 형식이었다. 지난해 '한강공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대, 서로 다른 사랑의 양상을 주제로 '사랑 에라(Era·시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비비가 찾고 있던 이야기였다.
곡 녹음은 지난해 9월. 장기하가 부른 '밤양갱' 가이드 버전을 들은 비비는 몽글몽글한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복고풍 왈츠 느낌을 살리기 위해 비비는 녹음실에서 '50년 전 태어난 가수였다면 어떤 느낌으로 불렀을까'를 생각하고 양갱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며 노래했다. "어릴 때 할머니랑 많은 시간을 보냈거든요. 할머니가 양갱을 자주 주셨죠.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제게 너무 따뜻했던 추억이었죠." 비비가 한국일보에 전한 '밤양갱' 제작 뒷얘기다. 그의 '밤양갱'이 구전 민요처럼 구수하게 들리는 배경이다.
Z세대 놀이터 된 '양갱집'
틱톡 등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엔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깔고 청년들이 양갱을 먹는 영상들이 굴비 엮이듯 올라오고 있다. '밤양갱' 열풍은 할머니들의 음식과 패션 등을 선호하는 밀레니얼세대, 즉 '할매니얼'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27일 오후 양갱을 전문으로 파는 서울 중구 소재 카페 '적당'에 가보니, 손님 17팀 중 16팀이 20대로 보였다. 딱 한 팀 있던 중년 손님들이 되레 "다 대학생인가 봐"라며 양갱을 먹으러 온 청년들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카페에서 만난 오지민(22)씨는 "수제 양갱을 파는 곳을 종종 찾아간다"며 "친구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이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양갱집'이 Z세대의 새로운 놀이터가 된 것이다.
양갱은 요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온라인 마켓인 11번가와 티몬에 의뢰해 전통 간식 판매량 추이를 확인해 보니, 지난해 양갱 판매량은 2018년과 비교해 최대 832% 증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엔 '밤양갱'이 인기를 끈 뒤 '동네 마트에서 갑자기 양갱이 잘 팔려 물량이 모자라 세일하던 양갱을 살 수 없게 됐다'는 하소연까지 올라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①옛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뉴트로' 문화와 ②한국 문화에 자긍심 강한 Z세대의 특성이 맞물려 생긴 흐름으로 분석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양갱은 기성세대에겐 촌스럽고 향수 어린 음식으로 여겨지지만 10·20대에겐 '힙'한 코드로 소비된다"며 "Z세대가 주도한 양갱의 인기가 다른 세대까지 퍼지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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