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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칼 갈았다'는 LG전자의 선전포고 "미국 B2B 가전 '톱3' 될 것"

입력
2024.02.29 16:4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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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생활가전사업 이끄는 류재철 사장
"GE·월풀 잇는 3위 업체로 도약" 의지 밝혀

류재철(왼쪽)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과 정규황 LG전자 북미지역 대표가 27일 'KBIS 2024'가 열리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류재철(왼쪽)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과 정규황 LG전자 북미지역 대표가 27일 'KBIS 2024'가 열리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명실상부 세계 1위 생활가전 업체다. 2022년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미국 월풀을 제쳤고, 지난해에도 왕좌를 지켰다.

그러나 그런 LG전자가 유독 맥을 못 추는 곳이 있다. 북미 기업간거래(B2B) 가전 시장이다. B2B 가전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건설업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빌트인(붙박이형) 형태가 주를 이루고, 대량을 한꺼번에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인 만큼 B2B 가전 시장의 규모도 미국이 약 70억 달러(약 9조3,330억 원)로 가장 크다. 그런데 이 시장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월풀이 꽉 잡고 있다. 두 업체 점유율을 합치면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LG전자는 5, 6위 수준이라고 한다.

27일(현지시간) 북미 최대 주방·욕실 전시회 KBIS가 열리고 있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류재철 H&A사업본부 본부장(사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LG전자가 여전히 못하고 있는 영역이 B2B 생활가전"이라고 '쿨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바꾸기 위해 8년을 넘게 준비했고, 시장에서 조금씩 인정받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류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 B2B 시장은 LG전자의 중심 무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다소 공격적인 목표를 꺼냈다. "2026년까지 이 시장 '톱 3'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 모델이 29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KBIS에서 공개된 LG전자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모델이 29일까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KBIS에서 공개된 LG전자 빌트인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믿는 구석은 LG 가전 경쟁력

소비자 가전 시장 1위인 LG전자가 B2B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류 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소비자 가전 시장과 달리, B2B 시장은 고객과 한번 관계가 맺어지면 웬만해선 선택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 때문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는 그간 LG전자가 이 시장에서 고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입 장벽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어서다.

장벽을 뚫어내기 위해 LG전자는 그간 체계적으로 전략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서 선호도가 특히 높은 고가·고급 B2B 제품군을 초프리미엄(세트 구입 시 가격이 5만 달러를 호가하는 초고가 라인)과 프리미엄, 일반형으로 세분화했다. 또 지난해 B2B 전담 영업 조직을 신설했고, B2B 시장에 맞춘 물류 시스템도 별도로 만들었다고 LG전자는 소개했다. 류 사장은 "B2B 사업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들을 다 갖춘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들과 제대로 붙어볼 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류 사장은 "조직과 인프라 정비를 통해 기본을 갖췄다고 본다면, LG전자의 강점은 제품 경쟁력"이라며 "차별화된 제품이 있는 만큼 (GE·월풀을 잇는) 톱 3 업체가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쉽지 않은 목표인 게 사실"이라면서도 "성공할 때까지 뚝심 있게 가보겠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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