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아부

입력
2024.02.27 16: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자료: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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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해 보일지언정 칭찬(稱讚·praise)과 아부(阿附·flattery)는 완전히 다르다. 그 차이를 설명할 때 전문가들은 까마귀와 여우가 나오는 이솝우화를 예로 든다. 치즈를 물고 있는 까마귀에게 여우가 말한다. “너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거짓말에 흥분한 까마귀가 ‘까악~’ 소리를 내고 치즈를 떨어뜨리자, 여우가 냉큼 집어간다. 듣는 이에게 이득을 주면 칭찬이지만, 아부는 해를 끼친다는 말이다.

□칭찬 혹은 아부에도 원칙이 있다. 상대방 기분을 좋게 만들려면 ‘소유’가 아닌 ‘재능’을 칭찬하는 게 원칙이다. “목걸이가 멋져요”보다는 “목걸이가 너무 잘 어울립니다. 패션 감각이 탁월하십니다”가 한 수 높은 칭찬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칭찬하라는 원칙도 있다. “승진을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회사에 오랜 기간 기여하신 부분이 인정받으신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가 낫다는 얘기다.

□결이 조금 다른 ‘아부 4원칙’도 있다. 영화 ‘아부의왕’(2012)의 성동일 배우가 소개한 내용이다. ‘칭찬해라’, ‘적절하게 칭찬해라’, ‘같은 칭찬을 여러 사람들에게 똑같이 하지 말라’, ‘칭찬과 동시에 부탁하지 말라’이다. 요약하면 상대방 태도와 행동을 잘 살피고 그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는 말인데, 마지막 원칙이 특히 눈에 띈다. 대가를 바라지 말고 진심으로 칭찬하라는 권유다. ‘아부의 원칙’보다는, 건강사회를 만드는 행동규범처럼 들린다.

□우리 정치권에도 아부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이승만 정권에선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호응한 게 서민들의 안줏거리가 됐다.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이 설 땅이 없을 것”이라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년 의혹을 남겼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일부 인사들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예우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대표 외모를 연예인에 비유하거나, 측근 인사가 이 대표 얼굴에서 뭔가를 떼어내 주는 영상이 화제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고, 친근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있지만 논란 속 인물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는 점에서 ‘아부의 4원칙’에는 어긋나 보인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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