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잊혔던 '패밀리 레스토랑'…'고급화'로 다시 기지개 켠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24일 두 살배기 딸, 남편과 함께 경기 수원시 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아기를 데리고 뷔페형 레스토랑을 찾는 게 힘들었지만 엔데믹(풍토병화)이 온 지금은 괜찮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나에게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 찾는 추억의 장소였다"며 "딸에게도 가족과 함께하는 외식의 추억을 안겨주고 싶어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존폐 위기를 맞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최근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고 메뉴를 다양화하는 등 과감하게 체질 변화를 시도한 것이 엔데믹에 눈에 띄는 성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식을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도 꾸준히 유지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최고급 식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2020, 2021년 매출 감소를 겪었던 패밀리 레스토랑들의 매출이 되살아나고 있다. 빕스는 지난해 점당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3% 늘었는데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약 137% 매출이 뛰었다. 애슐리퀸즈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상승했다. 팬데믹 기간에는 월 매출 5억 원 매장이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지난해에는 다산점, 종각점 등 22개 점이 다달이 5억 원 넘는 매출을 찍었다.
팬데믹 당시 뷔페를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했던 브랜드들은 특히 더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삼양그룹의 세븐스프링스, 2022년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이 사업장을 모두 접었고 롯데GRS의 TGIF는 영업 부진에 시달리다가 2021년 매드포갈릭 운영사 MFG코리아에 팔렸다.
애슐리퀸즈와 빕스도 매장 수가 빠르게 줄었다. 애슐리퀸즈는 2019년 매장 수가 95개에 달했으나 2022년까지 무려 40개 매장을 문 닫았다. 41개 매장을 운영하던 빕스도 수익성이 악화한 매장을 중심으로 폐점을 진행해 2022년까지 17개가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애슐리퀸즈가 26개, 빕스가 3개 매장을 새로 내면서 각각 매장 수는 81개, 27개까지 회복됐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수요가 회복된 것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갈수록 좀 더 비싸도 특별한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때 해외여행과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고급 식당을 찾는 경험이 늘어 소비자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고급화를 추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물가가 높은 최근에는 식사와 디저트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뷔페가 효율적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여느 파인다이닝 식당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성비 있지만 우아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고급화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 보고 매장 인테리어부터 메뉴까지 품질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빕스는 팬데믹 동안 일반 매장을 모두 프리미엄 매장으로 새단장했다. 인테리어와 함께 프라이빗 룸과 커플석, 창가 좌석까지 고급 다이닝을 온 듯한 느낌이 들게 다채롭게 꾸몄다. 또 하나의 메뉴로 세 가지 부위를 맛볼 수 있는 '스테이크 콤보&플래터' 등 메뉴를 다양화하고 와인과 맥주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와인&페어링존'도 도입했다.
빕스 관계자는 "오리지널에서 프리미엄 매장으로 리뉴얼한 매장의 한 달 성적을 확인해보니 일평균 매출이 제주점은 196%, 부산W스퀘어점은 101%, 송도점은 72% 이상 증가했다"며 "세 개 매장의 일평균 방문객 수도 약 70%가량 늘어났다"고 전했다.
애슐리퀸즈도 2020년부터 일반 매장을 프리미엄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메뉴 종류는 기존 80개에서 200개로 크게 늘렸다. 회사는 신도시 등 비어 있는 상권을 중심으로 2024년까지 프리미엄 매장 수를 150개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아웃백도 메뉴를 고급화하고 대형 쇼핑몰 중심으로 새 매장을 늘리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 경쟁사보다 얼마나 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상권별 고객 취향에 맞춰 서비스와 운영 방식 등이 세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