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VIP 고객 중국, 에어쇼 독일 군용기 '중국인 출입 금지'에 분노

입력
2024.02.26 16:00
수정
2024.02.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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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송기 "중국·러시아인 탑승 안 돼"
"중국인 차별 홀대" 국민 여론 들끓어
"구매 취소" 반발 확산... 에어버스 사과

'2024 싱가포르 에어쇼'에 방문한 중국인 관람객들이 현장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2024 싱가포르 에어쇼'에 방문한 중국인 관람객들이 현장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국제 에어쇼에서 유럽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 군용 수송기를 관람하려던 중국인 관람객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인 차별"이라는 반발 여론이 확산하자 에어버스 측은 서둘러 공개 사과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26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2024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중국인 관람객들은 에어버스가 제작한 독일 공군 수송기 A400M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에어버스 직원들이 관람객들의 국적을 물었고 "중국인"이라고 답하자 "중국인과 러시아인은 항공기에 오를 수 없다"며 관람을 제지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관람을 막아선 이들 중에는 독일 공군 관계자들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이 같은 상황을 담은 영상과 글이 확산하고 있다. 한 중국인 관람객은 "독일군 측이 나를 물리적으로 제지했다"며 싱가포르 에어쇼 주최 측에 항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람객도 에어버스 직원이 중국인 관람객을 거칠게 몰아내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게재했다.

중국은 국제 항공기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헬리콥터 50대를 구매키로 했다. 2019년에는 단일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인 300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구매했다. 에어버스의 중요한 고객이면서도 정작 에어쇼 현장에선 중국인이 홀대당했다는 인식이 중국인을 분노하게 한 셈이다.

중국 온라인에선 "중국 항공산업 팬들은 회의감과 혐오감을 느끼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일부 중국인 네티즌은 "에어버스 항공기 주문을 취소하자"며 반발했다.

24일 싱가포르 창이 전시센터에서 열린 '2024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항공기를 관람하고 있다. 싱가포르 =EPA 연합뉴스

24일 싱가포르 창이 전시센터에서 열린 '2024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항공기를 관람하고 있다. 싱가포르 =EPA 연합뉴스


중국인 관람 제한 조치가 본사 차원 지침이었는지, 현장 직원들의 임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러 간 군사적 협력 가능성을 경계하는 유럽 국가들로부터 외교적 압박을 당해왔다. 중국·러시아인을 콕 찍어 군용 수송기 관람을 막은 것 역시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논란이 확산하자 에어버스 측은 공개 사과에 나섰다. 25일 공식 성명을 낸 에어버스는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발생한 사건을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남은 에어쇼 기간 동안이라도 모든 방문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 산업의 장기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에어버스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중국에 대한 존중과 헌신의 증거"라고도 강조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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