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전사자 3만1000명" 젤렌스키 첫 확인 회견... 한국일보 특파원 2시간 들어보니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은 최소 3만1,000명"이라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규모를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24일)을 계기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한국일보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정부 승인을 받아 회견에 참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올해가 러시아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과 포탄, 이란의 무인기(드론)를 사용하는 것은 "무기가 부족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기로 한 포탄의 총량은 150만 개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한 포탄과 지뢰가 120만 개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최소 30만 발 이상의 포탄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 질문으로는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가 열세인 점, 장기화한 전쟁으로 미국 등 우방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 등이 주로 언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시원한 답변을 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는 "국내외 단결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가장 약한 순간을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넘어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총 39개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전사자 같은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와 어긋날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3만1,000명"이라고 답하며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사자를 15만 명, 3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건 완전히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군대에서는 약 18만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도 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지도자급 인사가 전사자 규모를 언급한 적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실종·부상 규모는 기본적으로 기밀로 다뤄졌다. 군대 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러시아가 이를 선전에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전사자 규모는 실제 피해보다 적은, 지극히 보수적인 숫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실종·부상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이르면 5월 말 또는 이른 여름에 '새로운 공세'를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도 반격 계획을 분명하게 갖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발레리 잘루즈니에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로 교체하는 등) 대규모 군사 개편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격 및 우크라이나 계획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삼가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패배할지, 전쟁이 더 어려워질지,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는 우리의 파트너들이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유머'를 이따금 구사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유럽연합(EU)이 공백을 메울 수 있는가'라고 묻는 이탈리아 출신 기자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탈리아는 준비됐나"라고 되물어 좌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우크라이나 2024년'이라는 제목의 포럼 중 마지막 세션이었다. 전체 포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8시간가량 진행됐다. 포럼은 데니스 시미할 총리,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 등 28명이 참석해 주제 발표 및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내각, 대통령실 핵심 인사가 '총출동'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포럼에서 서방이 더 많은 지원을, 적시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부 장관은 "서방 국가들이 약속한 무기의 50%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시미할 총리는 올해 미국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118억 달러(약 15조7,000억 원)로 확인하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깊게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국방 산업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무기 생산량을 3배 늘렸다"며 "현재 국영 기업 약 100개를 포함, 500개 기업이 국방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정보통신부 장관은 "러시아와의 전쟁에 투입된 드론 중 90%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GUR) 국장은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과 관련, "혈전으로 사망했음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는 인터넷에서 가져온 정보가 아니다"라며 "불행하게도 자연스러운 죽음"이라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