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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흑자·쪽박 적자' 모두 성과급이 문제...대안 찾느라 골머리 앓은 대기업들

입력
2024.02.26 04:30
수정
2024.02.26 09:4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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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 전환...임단협에서 논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트럭 시위에 3월까지 개선안 마련
전문가 "투명한 정보 공개와 노사 합의 의사 결정이 해법"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전경. 현대차·기아 제공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전경. 현대차·기아 제공


①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기아가 2년 동안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특별성과급을 올해는 주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임금 교섭을 통해 성과급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앞서 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인 LG에너지솔루션은 3월 초까지 성과급 체계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③SK온은 지난해 적자에도 구성원에 가상 주식을 주기로 했다. 기업이 큰 흑자를 내도, 대규모 적자를 떠안아도 연초 성과급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자 기업들이 대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차·기아 경영진 임금 협상에서 논의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3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올해 특별 성과급 관련 내용을 알렸다. 장 사장은 "지난해 현대차는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며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통해 그 의미를 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올해는 지난 2년 동안의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을 전환하겠다"며 "총성과 보상의 관점에서 임금 교섭을 진행하고 이를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해 성과에 대한 보상이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성실히 협의·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2022년 400만 원, 지난해에는 400만 원과 주식 10주를 각각 연초 특별 성과급으로 직원들에게 줬다. 노조는 여러 차례 올해도 특별성과급을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지만 경영진이 부정적 입장을 전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별성과급이 연간 총보상(임금 인상, 성과급 등)과 별개로 인식되면서 현장에 혼란이 생겨 임금 단체교섭을 통해 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이날 임직원에게 보낸 담화문을 통해 임금 교섭에서 특별성과급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고객을 포함한 국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다"며 "자동차 협력 업체와 유관 산업에 큰 영향을 주고 있어 이를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지난해 특별성과급으로 현금 400만 원과 주식 24주를 지급했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결정에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차가 지난해 특별성과급을 지급하자 현대제철·현대모비스 노조도 현대차와 같은 금액의 성과급을 요구했다.



성과급 이슈 터지자 "개선안 마련, 소통 강화" 나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축소된 성과급 비율(기본급의 870% -> 362%)에 반발해 직원들이 트럭 시위를 벌인 LG에너지솔루션은 노사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22일에 트럭 시위를 이끈 노조원들과 최고인사책임자(CHO)가 간담회를 가졌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3월 초 타운홀 미팅에서 성과급 관련 설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동명 사장은 지난 2일 주요 경영진과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갖고 성과급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은 만족할 개선안이 나오지 않으면 시위 트럭 수를 늘리는 등 대응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벌이는 한화솔루션 직원들도 최근 트럭 시위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화큐셀 직원들은 최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인근에 시위 트럭을 보내 "매해 반복되는 일방적 통보 방식 횡포를 멈춰주시고 직원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과 성과 목표치 및 성과급 지급 방식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다"는 문구를 띄웠다. 회사 관계자는 "노사협의체를 중심으로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성과급 대안도 등장...가상 주식 주고, RSU 확대하고

대기업 성과급 이슈와 대안 마련 진행 상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대기업 성과급 이슈와 대안 마련 진행 상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기업들은 성과급 갈등을 풀기 위해 새로운 성과 보상 대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21일 설명회를 열었다. 성과급 0%가 책정돼 구성원들 불만이 커지자 구성원에게 연봉의 30% 수준을 성과 기반 주식 보상인 '밸류 셰어링'(Value Sharing·VS)으로 주기로 한 것. 이는 직원이 3년을 일하고 SK온이 주식 상장(IPO)에 성공하면 실물 주식으로 일대일 교환 지급한다.



한화그룹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양도제한조건부식'(RSU·Restricted Stock Units) 제도를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RSU는 성과를 현금으로 즉시 보상하는 대신 나중에 성과를 내면 그때 주기로 약속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자사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 보상 제도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임금 인상은 폭이 제한적이고 성과급은 회사별 성과에 따라 보상 수준이 크게 달라지니 직장인들의 관심이 높다"며 "여기에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동기 부여, 회사 충성도 강화, 인재 확보에 성과급을 적극 활용한 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성과급 분쟁을 줄이려면 먼저 회계 정보나 투자 계획 등을 직원들과 투명하게 공유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단기간 성과 보상을 원하는 젊은 세대 직원들이 5년·10년 후 주식으로 바꿔주겠다는 회사 측 대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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