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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농업은 스마트팜 시대"… '동네 작목반'에서 세계로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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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추운 사계절을 겪은 작물이라야 맛 좋은 과일이 열리는데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 따뜻하고 서늘한 봄가을까지 겪잖아요. 사계절 변화를 겪으며 터득한 농사 경험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거죠."
국내 최대 스마트팜 농업법인으로 꼽히는 '우듬지팜' 김호연(60)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한국형 스마트팜 개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충남 부여읍 백마강변에는 축구장 면적의 20배가 넘는 거대한 유리온실단지가 있다. 우듬지팜의 토마토 농장이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우듬지팜은 김 회장이 2011년 자본금 42억 원으로 설립해 지난해 매출액 600억 원을 기록했다. 2003년 부여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5, 6개 농가를 모아 동네 작목반으로 시작해 20여 년 만에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팜 농업법인으로는 국내 최초 코스닥 상장사다. 부여에만 3개 동의 농장이 있고, 온실 면적은 12만2,300㎡ 규모다. 전국 20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맺고 일반 토마토를 효소 처리한 '스테비아 토망고'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한다. 토망고는 망고처럼 달콤한 토마토라는 의미다. 토망고는 당도가 높지만,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아 인기가 높다.
김 회장은 "지금까지 작물 재배는 농민의 경험에 의존했지만, 미래 농업은 스마트팜으로 대전환 중"이라고 강조했다. 온도·습도 조절, 물과 양분의 적정한 공급은 물론 작물이 자라는 데 최적의 공기 순환도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스마트 시스템에서 자동 조절하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월등히 높고 품질 또한 일반 농사와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토마토 수확량의 경우 일반 농법이 3.3㎡당 40㎏이라면 동일 면적의 스마트팜은 180㎏으로 4.5배나 높다. 특히 기후 변화에 따른 날씨 변동으로 작물의 생육 환경 예측이 어렵지만, 스마트팜은 날씨와 기온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정한 생육 환경 조성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작물 재배의 자동화로 인력도 줄일 수 있다.
2020년 138억 달러였던 해외 스마트팜 시장은 연평균 9.8%씩 성장해 2025년 2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스마트팜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르다. 연평균 15.5%씩 성장해 2025년 약 6,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우듬지팜은 스마트팜 △설계와 시공 △운영과 생산 △가공 기술 △교육 △대량 유통 능력까지 보유한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전 세계 스마트팜을 선도하는 네덜란드의 'TEBAREX'사와 기술협력 관계를 구축했고,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농업회사 '일라이트 아그로사'와 협약을 맺고 중동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우즈베키스탄과 베트남, 캐나다, 미국에도 한국형 스마트팜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
우듬지팜은 뼈아픈 실패를 밑거름 삼아 성장했다. 2003년 전국을 휩쓴 태풍 '매미'로 비닐하우스를 몽땅 날려, 한 해 농사를 망쳤다. 폭설로 온실이 무너지고, 보일러가 고장이 나 토마토가 모두 얼어 죽은 적도 있다. 이런 자연재해와 시련을 겪으면서 김 회장은 날씨와 기후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작물을 잘 키울 수 있는 튼튼한 온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때마침 2013년 부여군이 시설원예 농가들을 모아 네덜란드에서 2주간 선진농업 교육을 시켜줬다. 김 회장은 깜짝 놀랐다.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나 노동력, 유통 등 우리나라 시설원예 농업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나서다. 그는 "농사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생육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네덜란드에서 보고 배운 대로 온실을 짓고 토마토를 재배해 보니 이전보다 생산성이 높아졌고 품질도 향상됐다. 무엇보다 스마트팜으로 가야 한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큰 소득이었다.
김 회장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영농을 시작했다. 토마토 재배의 통념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농법으로 전환했다. 당시에는 '스마트팜'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할 때였다. 정부나 지자체 도움 없이 대출과 사채까지 끌어다 과감하게 투자했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했지만 실제 1년 농사를 지어보니 생산량이 달랐다. 이듬해부터 온실 규모를 늘렸다. 사계절 뚜렷한 변화를 겪으면서 작물이 일정하게 자랄 수 있는 생육환경 조성에 연구·개발을 집중했다.
김 회장의 농업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요즘도 온실에서 숙식을 하면서 토마토와 대화를 한다. "너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냐", "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식이다. 식물은 정직하고 의리를 지킨다는 게 김 회장 지론이다. 계절이 바뀌면 부모가 자식에게 새 옷을 입히고 영양가 높은 음식도 골고루 먹이듯 농부가 작물을 보살피면 반드시 보상이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그런 면에서 모든 식물은 효자"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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