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역내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을 위한 정책에서 자국 기업들을 우선하려는 듯한 메시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ㆍ생산 주도권 확보와도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22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서비스(IFS) 다이렉트커넥트 2024’의 화상연설에서 “실리콘(반도체)을 실리콘밸리로 되돌려 놓자”며 “과거 세계 반도체의 40%를 생산했던 것처럼 미국이 주요 반도체 생산을 주도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러몬도 장관의 메시지는 자국 기업에 보조금 등 정책지원을 우선하겠다는 건 아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장을 설립 중인 한국ㆍ대만 기업 등에 대한 차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메시지는 미국 반도체 원조인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개막행사인 데다, 미국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ㆍSK 등에 앞서 인텔에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미 정부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알려져 예사롭지 않게 들릴 여지가 충분했다.
이날 미국 기업들의 ‘아메리카 원팀’ 분위기도 뚜렷했다. 인텔은 올해 말 1.8나노(10억분의 1미터) 반도체 양산, 2027년 1.4나노 공정까지 성공해 파운드리 세계 2위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을 제치겠다는 얘기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현재 아시아가 80%를 차지하는 반도체 제조 비중을 10년 내 미국ㆍ유럽이 50%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텔에 AI반도체급인 1.8나노 반도체 공급을 맡기는 계약 체결을 밝혔다.
생성형AI 등장 이래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은 오픈AI 등의 AI반도체 개발경쟁에 맞춰 첨단 AI반도체 생산의 자족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파운드리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MS와 인텔 등 자국 기업이 AI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아우르는 일관 생산체계 구축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단 미국 주도 반도체 ‘칩4 동맹’의 일원으로서 반도체 공급망 개편에서 배제될 가능성은 적지만, 자칫 ‘반도체 아메리카’의 여파로 첨단 AI반도체 생산 등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적지 않다. 면밀한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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