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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나면 산에서 하이킹, 그게 하고 싶어요" 우크라이나 부상 전역병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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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사진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에 배치됐을 때예요. 여기 있는 '수염 난 사람'이 저예요. 다른 사진도 많은데 더 보여드릴게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만난 호르부노우 올렉산드르(22)는 휴대폰 속 자신의 군 복무 시절 사진을 잇따라 보여줬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에서도 최대 격전지로 꼽히던 곳이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마자 입대해 제3돌격여단 산하 제2돌격대대에서 복무했다는 그는 지난해 여름 러시아군이 쏜 발사체 파편에 가슴을 맞는 부상을 입으며 제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에 있던 시절을 후회하기보다는 자랑스러워했다.
전쟁 전 그는 키이우에서 운동 코치로 활동하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2년 전 잠들어 있던 그에게 친구들이 전화로 "전쟁이 났다"고 알린 뒤 곧장 전선으로 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당시 그는 함께 살던 어머니에게조차 입대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고, 가족 만류에 의지가 꺾일까 두려웠다.
올렉산드르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이뤄졌던) 10년 전에는 10대 소년이라 싸우고 싶어도 싸우지 못했지만, 이제는 소년이 아니기에 국가를 지키러 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군대에서 '부호르'라는 호출부호로 불리며 유탄 발사기 대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제대할 때 발걸음이 입대할 때보다 무거웠다고 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함께 견딘 동료들을 그대로 두고 떠나야 한다는 데 대한 죄책감이 컸다. "함께 복무하는 군인들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료이자, 미래에 대한 꿈과 계획을 나누는 친구였어요. 우리는 서로를 가족이라 불렀어요." 그는 "가족 같은 이들의 죽음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지독하게 고통스럽고 불쾌한 일"이라고도 말했다.
러시아에 영토를 빼앗겼다는 소식은 또 다른 고통이다. 19일 전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이우카 점령 소식을 언급하면서 올렉산드르는 "아우디이우카에 배치된 동료들이 '우리가 많은 러시아군을 재웠다'(죽였다)고 알려오곤 했다"고 말했다. 전장의 패배가 믿기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군인들도 체력적·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냉소'도 이따금 보인다. 그래도 올렉산드르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결국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렉산드르는 "전쟁 후 '카르파티아(우크라이나에 걸친 동유럽권 산맥)'에 가서 등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우크라이나 바깥에서는 '진부한 꿈'이라고 생각하겠지만"이라고 말했다.
승리에 힘을 보태고자 올렉산드르는 제대 후에도 과거 몸담았던 스포츠업계로 돌아가는 대신 우크라이나 군대를 위해 모금 활동을 전개하고 자원봉사를 조직하는 기관에서 일하기를 택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뿐만 아니라 올렉산드르처럼 우크라이나 군대를 위해 봉사하거나, 군대 내 비전투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상당 부분 지탱하고 있다. 민간인의 기초 군사 훈련을 지원하고 비전투 분야 대원 모집을 담당하는 '아조우 연대' 내 모집센터의 야로슬라바 카슈카 키이우센터장은 20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해 모두가 '전투기 조종사가 될 필요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현역 군인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비군들. 밥을 짓고, 전구를 갈아 끼우는 등 '각자가 잘하는 일'을 군대에서 하려는 이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는 장기전에서는 특히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이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정부의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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