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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밥그릇 위해 왜 간호사만 ‘총알받이’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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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나흘째 이탈한 종합병원의 빈자리는 지금 간호사들이 대부분 메우고 있다. 진료보조(PA) 간호사 합법화에 극구 반대해온 의사들은 지금은 삽관, 동맥혈 채취 등까지 간호사들에게 맡긴다. 의사들은 너무 당연하다 여기고, 정부는 대책 마련에 늑장이다.
대한간호협회는 어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의료행위에 노출된 간호사들의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오전 9시까지 협회가 운영하는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54건이었다. 이들은 전공의를 대신해 코로 음식을 주입하는 비위관(L-tube) 삽관이나 남성 환자들의 소변줄 꼽는 일,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동맥혈 채취 등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대리 처방과 진단서 작성을 강요받은 간호사도 상당수였다. PA 간호사만이 아니라 전체 간호사가 겪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
교수나 전임의들도 힘들다고 호소하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이해 또한 맞물려 있으니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뭔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음은 물론이고 법적 보호장치 하나 없이 불법진료에 내몰릴 뿐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이탈할 때마다 사명감으로 몸을 갈아가며 병원을 지탱해 왔다.
의사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적반하장이다. 2020년 파업 당시엔 일부 전공의가 자신들의 빈자리를 메워준 간호사들이 업무권을 침탈했다며 고발까지 했다. 지난해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일부 의사들이 파업까지 하며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이끌어냈다. 이런 의사들을 위해 언제까지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하는가.
간호사들의 불법진료는 환자 안전도 위협한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없는 업무목록을 작성하는 등 보호체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차일피일 미뤄선 안 되고, 내용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러고서야 간호사들에게 “어렵지만 버텨달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간호사 보호를 위한 법 제정을 서둘러 재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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