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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위해 비워 놓는다더니... 오세훈 시장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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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이승만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해 송현광장 부지를 놓고 "도심 한가운데 녹지를 위한 시민공간으로 비워놓겠다"며 현재 조성 중인 이건희미술관 외에 더는 시설물을 짓지 않겠다고 강조했었다. 오 시장이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22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승만기념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최재란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오 시장은 "건립 장소로 가능성이 제일 높게 논의되는 곳이 송현광장"이라며 "지난번에 건립추진위원회가 서울시를 방문해 논의할 때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전제로 송현동도 검토하겠다고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그래서 지금 영화 '건국전쟁' 등이 상영되는 것이 일종의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의 과정"이라며 "이제는 입지가 어디가 바람직한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고 말 했다. 앞서 원로배우인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은 지난해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위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의 4,000평 규모 사유지를 서울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하나의 선택지인 건 분명하다"면서도 접근성 문제를 지적했다. 오 시장은 "송현동은 교통이 매우 편리한 곳"이라면서 "(신 명예회장의) 기증지는 강동구의 외진 곳에 위치해 대중교통이 닿기 힘들어 후순위로 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승만기념관 건립과 관련된 불교계 반발에 대해선 "송현동 입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불교계와 협의도 하고 설득도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54년 '사찰정화 유시' 등을 발표해 불교계의 반발을 샀다. 송현광장 인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본산 조계사 등이 위치한다. 사찰정화 유시는 1954년 당시 이 대통령이 전통불교사원에서 ‘(결혼해 아내를 둔) 대처승은 물러가라’는 요지의 유시를 내린 사건이다.
최 시의원은 "우려하는 건 이승만기념관 건립 자체가 아니라 합의가 부재한 상태에서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설문조사를 추진할 계획은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오 시장은 "필요한 시점이 되면 그런 절차도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오 시장은 이달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한 소감을 남겼다. 이어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는 "지난 60년 이상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선 공(功)은 애써 무시하고 철저하게 과(過)만 부각해왔던 '편견의 시대'"였다며 "이제라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초대 대통령의 공과를 담아낼 수 있는 기념관 건립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정치적 이해 때문에 쉽게 말을 번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해 5월 3일 송현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관 하늘소(所) 개장식에서 "이 공간을 비워놓은 상태가 자랑스럽고 뿌듯하다"며 이건희미술관 외에 다른 시설물은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건희미술관 입지를 두고 논란이 빚어질 당시 오 시장은 "(광장에) 이건희미술관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는 컬렉션 외에는 어떤 시설도 들어올 수 없는 원칙을 정하고 끝까지 비워놓겠다는 다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스스로 이름하여 비우는 디자인"이라며 "디자인 중에 제일 의미 있는 디자인이 아무것도 안 하는 비어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오 시장은 특히 "여러 차례 (시청)부서에서도 외부에서도 무엇은 여기 세우겠다고 하는데 미리 원칙을 천명하는 만큼 어떤 시도도 없었으면 (한다)"이라며 "요청이 있을 때 거절하는 것도 큰일이라 미리 말씀드린다"고 했다. 송현광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인 경복궁 동편에 위치했으며 규모는 3만7,117㎡로 서울광장의 약 3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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