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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는 듯한 복통과 설사, 혈변이 갑자기 나타나는데…

입력
2024.02.25 20:30
수정
2024.02.26 19:2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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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동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동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령인구나 고혈압·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허혈성 대장염도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자연히 치유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대장 괴사가 생겨 수술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김동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고령인구나 고혈압·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허혈성 대장염도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자연히 치유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대장 괴사가 생겨 수술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얼마 전 한 영화배우가 ‘허혈성 대장염’에 걸려 수술 치료를 받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허혈성 대장염은 대장에 산소·영양을 공급하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염증이 생겨 쥐어짜는 듯한 복통과 설사, 혈변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노화를 비롯해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복부 수술 이력 등이 대표적이다. 심한 변비로 배변할 때 힘을 많이 줘 생기는 경우도 있다.

김동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허혈성 대장염은 대부분 자연히 치유되지만 증상이 심하면 대장 괴사가 발생해 수술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허혈성 대장염은 생소한데.

“허혈(虛血)은 신체 조직에 혈액 공급이 절대적 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해 피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몸속 장기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다. 관상동맥이 좁아져 심장근육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는 것을 ‘심근 허혈’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대장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때를 허혈성 대장염이라고 한다.

엎어진 ‘ㄷ’ 자 모양의 대장은 시계 방향으로 오른쪽 아래 맹장에서 시작해 위를 향하는 상행결장, 상복부를 가로지르는 횡행결장, 왼쪽 복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하행결장, 항문 인근 직장과 연결된 구불구불한 모양의 구불결장 등 여러 분절로 구성돼 있다. 이때 피는 상장간동맥을 타고 상행결장과 횡행결장에 공급되고, 하행결장과 구불결장은 하장간동맥을 통해 피를 공급받는다.

허혈성 대장염은 이같이 혈관이 바뀌는 횡행결장과 하행결장 사이에 꺾이는 구간이나 구불결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대부분 며칠 이내 자연히 치유되지만 증상이 심각해지면 궤양이 커지고 괴사까지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증상이 발생하나.

“허혈성 대장염에 걸리면 복통·설사·혈변 등이 나타난다.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염증이 발생한 상태에서 장이 움직이면서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발생한다. 이와 함께 설사도 하게 된다.

허혈성 대장염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혈변 때문이다. 복통 몇 시간 뒤 혈변이 나올 때가 많지만 수혈이 필요하거나 혈압이 떨어질 정도의 대량 출혈은 그리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다.

허혈성 대장염이 생기는 이유는 혈관 관련 인자와 장관 내압 증가 등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혈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혈액 공급이 그만큼 부족해지므로 이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보통 나이가 많거나 다른 질환으로 누워서 지내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이에 걸리기 쉽다.

고혈압·당뇨병·심부전(心不全)처럼 심장 기능이 떨어졌거나, 혈관염을 앓거나, 탈수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면 허혈성 대장염에 걸리기 쉽다. 건강해도 감염성 장염으로 설사가 잦거나, 마라톤 등 장시간 운동 후 탈수가 심할 때 나타날 수 있다.

고령인구나 고혈압·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허혈성 대장염도 증가하고 있다. 10만 명당 유병률은 1976~1980년 6.1명에서 2005~2009년 22.9명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 사례도 있다.

두 번째로, 장관 내압이 높아질 때도 허혈성 대장염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 변비가 대표적이다. 장내 배변이 쌓이면서 장내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는 혈류에 변화를 일으켜 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감소할 수 있다. 배변 시 힘을 많이 줘도 내압이 높아져 나타날 수 있다. 배변을 하기 위해 관장(灌腸)할 때도 관장액이 순간적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할 수 있다. 이 밖에 복부 수술을 받았거나 피임약을 먹을 때도 노출될 수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

“복통·설사·혈변 등을 호소한다고 해서 모두 허혈성 대장염인 것은 아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일 때도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타날 수 있다. 대신 허혈성 대장염과 달리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내시경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식중독 등 감염성 장염과 항생제 관련 장염, 염증성 장 질환도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 정확히 진단하려면 환자 병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장염이라면 같은 음식을 먹은 사람 중에서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거나, 항생제 관련 장염이라면 최근 항생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병력만으론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에는 내시경검사로 확인한다. 혈류가 부족하면 이상 부위가 빨갛게 붓는 발적(發赤)과 부종이 생기고, 심하면 궤양도 확인할 수 있다. CT 검사에서 장이 부어올라 대장 벽 두께가 두꺼워지고 장 주변으로 염증이 동반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수술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나.

‘CT와 내시경검사에서 오른쪽 대장에 염증이 생겼다면 예후(치료 경과)가 나쁠 수 있다. 보통 오른쪽 대장은 혈액 공급이 좋아 허혈성 대장염이 생길 위험이 낮다. 우측 대장에도 염증이 생겼다면 허혈이 심할 수 있다.

또 복막염 징후도 나타날 수 있다. 배 전체, 복강 내 전체로 염증이 퍼지면서 배가 단단해지고 배를 눌렀을 때보다 땔 때 통증이 심하면 이에 해당한다.

설사와 발열, 장 마비 등 복막염 징후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괴사가 심해 천공(구멍)이 생기면 염증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환자 가운데 15% 미만에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가 있지만,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기저 질환이 많거나 원래 장에 다른 질환이 있었는데 허혈성 대장염이 발생할 때를 제외하고는 특히 나이가 젊을수록 수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허혈성 대장염은 워낙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초기에 별다른 징후가 없다. 이 때문에 평소 당뇨병이나 심혈관 질환, 동맥경화 등을 앓고 있다면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허혈성 대장염 발병 요인의 하나인 변비를 관리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 된다. 탈수 때문에 나타날 수 있기에 격렬한 운동이나 장시간 운동한 뒤에는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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