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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70대보다 운동 안 한다…"학교체육·스포츠클럽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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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스포츠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 체육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대회 성적은 뒷걸음질 치고 있고 배구, 야구, 농구 같은 인기 종목조차 미래를 책임질 학생 선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일보와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이 공동 주최한 'K스포츠의 재도약을 위한 성찰과 제언' 정책 포럼에선 한국 스포츠가 재도약하기 위한 해법이 논의됐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K스포츠의 추락, J스포츠의 비상' 기획 보도를 통해 붕괴 직전인 한국 체육의 현실을 일본과 비교해 생생하게 짚은 바 있다.
'건강한 인재양성을 위한 학교체육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한 박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청소년들의 운동시간을 확 늘리자"고 제안했다. 운동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기초체력을 높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스포츠 재능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지난해 10대 청소년들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47.9%로 70대 이상의 60.6%보다도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생활체육 참여율은 주 1회 이상, 1회 운동 시 30분 이상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다. 청소년의 절반 정도는 일주일에 30분도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 실장은 "신체활동 부족은 고혈압, 흡연, 고혈당에 이어 사망 위험요인 4위"라며 "신체활동 부족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은 물론 생애 주기에 걸쳐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 3시간 수준인 학교체육 수업을 늘리자고 제안했다.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체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미다.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도 강조했다. 스포츠클럽은 엘리트 체육선수 육성을 위해 운영되는 딱딱하고 폐쇄적인 운동부와 달리 생활체육에 초점을 두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박 실장은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학교별, 지역별 여건에 따라 다양한 종목을 개설해야 한다"며 "축구협회 같은 스포츠단체에 소속된 전문 인력과 시설을 활용해 클럽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는 'J스포츠에서 배우는 K스포츠의 재도약 방안' 기조연설을 통해 운동과 학업을 함께 할 수 있는 '이도류(二刀流)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학교 부카츠(部活∙운동부 활동) 문화를 통해 모든 학생에게 체육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일본을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
유 기자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졸업한 일본의 하나마키히가시 고교를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유 기자는 "야구 부카츠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야구선수라고 답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의사부터 요리사, 평범한 회사원까지 다양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다 보니 선수층이 두껍다. 지난해 일본의 농구, 배구, 수영 고교 선수는 각각 13만4,043명, 10만2,855명, 2만7,240명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농구 521명, 배구 536명, 수영 473명에 불과하다. 선수층만 비교하면 57~257배까지 차이가 난다.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재능 있는 선수를 발견할 확률도 높아지는 셈이다.
유 기자는 "한국처럼 운동을 위해 공부를 포기하게 되면 운동을 하고 싶어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박태환, 김연아 같은 특출난 선수들이 나오기만 바라는 '기우제식 시스템'에서 벗어나려면 공부와 운동을 함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찬 서울여대 스포츠운동과학과 교수는 과학적 훈련법으로 엘리트 체육을 혁신할 것을 강조했다.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통해 유입된 엘리트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성장시키자는 제언이다.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스포츠과학을 키웠던 일본 사례를 주목했다. 스포츠과학은 선수 개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현미경처럼 분석해 맞춤형 훈련법과 훈련량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에선 스키점프 선수들에게 최적화된 유니폼을 대학과 연계해 개발하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점프 시 손바닥 모양까지 분석해 제공한다. 반면 한국에선 아직도 소수의 재능 있는 선수를 선발해 군대식 합숙훈련과 획일적 훈련에 의존하고 있다.
홍 교수는 "일본은 코치뿐만 아니라 과학자, 용품관리자, 영상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스텝들이 원팀으로 선수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연구했다"며 "한국도 스포츠 활동에 필요한 의학과 공학 분야, 코칭론까지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체육인들은 한목소리로 정책과 현장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스포츠클럽이나 과학적 훈련법 등 선진국형 제도는 어느 정도 마련됐지만 현장에 적용이 안 되고 있다"며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정책들이 현장에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희 경인고 교사는 "일반 학생과 스포츠클럽, 학교 운동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선수층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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