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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미국 잡혀가면, 한국 검찰 '테라 수사'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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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 대신 미국에 송환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한국 검찰이 진행 중이던 테라 관련 수사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포베다는 21일(현지시간)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 대표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한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한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통신망 이용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권 대표가 다음달 미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에서 테라·루나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의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21일 이 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하동우)는 한창준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기며 "권 대표도 신속히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권 대표의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된다면 테라·루나 사건 재판에는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와 한 CFO 등만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권 대표가 미국으로 간다고 공식적으로 통보받지는 않았다"며 "향후 수사 전망 등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일단 미국이 신병을 확보해 사법처리를 하면, 추후 한국에서 권 대표 재판을 다시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이론상 외국 판결은 국내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외국에서 법 집행을 받은 사람에 대해 동일한 혐의로 국내에서 처벌하는 건 이중처벌이 될 수 있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형량도 한국보다 세다.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많아봐야 40년인 한국과 달리,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미국의 경우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과거 최악의 '폰지 사기'로 악명을 날린 미국의 증권거래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 징역 150년형을 선고받은 뒤 2021년 수감 도중 사망했다. 임주혜 유어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미국에서 징역형이 예상되는 권 대표가 수십 년의 수감 기간을 채우고 나면, 한국에선 사실상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가 계속 미국에 잡혀있게 된다면, 국내의 테라·루나 피해자들의 민사소송도 어려워 질 수 있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미국법상 권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한국에서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외국 판결을 국내 피해자들이 원용하기 위한 과정도 복잡해 피해구제에 불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손실을 본 국내 투자자는 28만명, 피해 규모는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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