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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차 육상 감독의 충고 "유튜브로 경기 보는 시대… 지도자 역량 강화할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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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 어떻게 기억하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크게 도약한 우리 스포츠는 국민들에게 힘과 위로를 줬습니다. 하지만 저력의 K스포츠가 위기에 섰습니다.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조차 선수가 없어 존망을 걱정합니다. 반면 라이벌 일본은 호성적을 거두며 멀찍이 달아났습니다. 희비가 엇갈린 양국 스포츠 현실을 취재해 재도약의 해법을 찾아봤습니다.
"요즘 유튜브로 육상 대회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일부 선수는 팬층도 두텁고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7년 차 육상 지도자인 김유미 경기 광명 철산중학교 육상부 감독은 2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지상파 스포츠 뉴스에서나 가끔 육상 소식을 다루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양예빈(안동시청), 김민지(화성시청) 등 일부 선수가 '육상 여신'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하는 현재 상황은 육상계에 흔치 않은 호재라는 얘기다. 마라톤 등 육상을 취미로 즐기는 일반인이 늘고 있다는 점도 반겼다.
하지만 학교 육상부 현실을 들여다보면 갑갑함을 피할 수 없다는 게 김 감독의 고민이다. 우선 선수 수급부터 문제다. 김 감독이 지도하는 철산중은 육상 명문학교인데도 전체 선수가 8명뿐이다. 특히 선수들의 주 종목이 경보, 멀리뛰기, 중거리(800m·1,500m), 투척(원반 던지기 등)으로 다양한데, 김 감독 혼자 모든 선수들을 가르친다.
김 감독은 한국 육상이 부흥하려면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통해 육상 종목을 자주 접해 재능을 확인해볼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지도자 수준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유소년 지도자이지만 감독이나 코치 중 과거 자신이 배웠던 내용만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례가 흔하다"면서 "전문지도자 자격증을 따면 누구에게든 육상을 가르칠 수 있는데 자격증 체계를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라이선스 등급을 나눠 하급 지도자 자격증을 딴 뒤, 어느 정도 이론과 실무 능력을 쌓아야 다음 레벨의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한다.
김 감독은 특히 경보 종목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육상 종목 중 아시아 선수들에게 잘 맞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세계 최상위권 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김 감독은 "마라톤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다가 심폐지구력이 타고난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투자를 시작하면서 국제대회 성적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면서 "경보는 아직 케냐 등이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않는 종목이라 우리 선수들도 기술적인 부분을 잘 보완하면 일본처럼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감독은 이날 한국일보·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공동 주최한 'K스포츠의 재도약을 위한 성찰과 제언' 정책 포럼에도 토론자로 참여해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학생 선수들이 부족한 수업을 듣는 e스쿨 제도의 경우 학습 효과는 적은 반면 심리적, 체력적 부담은 크다"며 "학생 선수들의 현실을 고려해 학습권과 운동 연습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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