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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농심배’서 커제 제물로 14연승… 전설 이창호와 동급 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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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인 이창호(49) 9단의 반상(盤上) 족적은 화려하다. 특히 지난 2005년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한국팀의 마지막 주자로 등판, 일본(2명)과 중국(3명) 선수 5명을 차례로 제치면서 완성한 ‘상하이 대첩’은 압권이다. 아울러 농심배 1회부터 출전, 완성했던 이창호 9단의 14연승은 ‘넘사벽’으로 새겨졌다. 그랬던 이 기록이 19년 만에 깨질 조짐이다. 올해 농심배에서 한국팀의 수호신으로 맹활약 중인 세계 랭킹 1위 신진서(24) 9단에 의해서다. 중국 바둑계 아이콘인 커제(27) 9단이 제물로 쓰였기에 의미도 더했다. 자국 랭킹 2위인 커제 9단은 지금까지 세계 메이저 기전에서만 8개의 우승 트로피 수집으로 세계 바둑계를 제패했던 거물이다.
신 9단은 2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벌어진 ‘제25회 농심배’(우승상금 5억 원) 3라운드 본선 제12국에서 커제 9단에게 승리했다. 신 9단은 이로써 지금까지 농심배에서만 14연승을 달성, 이창호 9단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
잔잔하게 흘렀던 초반 반상(盤上) 분위기는 우변과 우상귀로 이어진 중반 몸싸움 과정부터 신 9단에게 흘러갔다. 커제 9단의 중앙 대마가 미생(未生)으로 내몰리면서 주도권까지 넘어간 것. 커제 9단이 대마를 돌보는 사이, 신 9단은 착실하게 실리(집)부터 챙겼다. 이후, 커제 9단은 이렇다 할 승부수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신 9단에게 2.5집 차이로 승리만 헌납했다.
이날 바둑TV에서 해설자로 나선 송태곤(38) 9단은 “신 9단의 지금 기세라면 (19년 전) ‘상하이 대첩’ 재현도 불가능할 것 같진 않다”며 호평했다.
신 9단이 이번 농심배에서만 4연승에 성공하면서 중국에선 자국 랭킹 1위인 구쯔하오(26) 9단과 3위인 딩하오(24) 9단만이 남게 됐다. 22일 열릴 신 9단의 다음 상대는 딩하오 9단으로 결정됐다. 신 9단은 상대 전적에서 딩하오 9단에게 6승 3패(2연승 중)로 앞서 있다.
한편 이날 대국 승리로 이번 농심배에서만 4연승을 이어간 신 9단은 이창호(49) 9단의 ‘상하이 대첩’ 드라마 재소환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현재 국내·외 바둑계의 유일한 국가대항전인 농심배는 한·중·일 각 나라에서 뽑힌 5명의 선수가 팀을 구성, 연승전 형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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