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슈퍼 을' ASML 지분 3% 12년 만에 다 팔았다

입력
2024.02.21 18: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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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투자 재원 마련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6월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페이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6월 네덜란드 ASML을 방문해 페이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았다. 투자 원금의 여덟 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1일 삼성전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7~9월)까지 보유했던 ASML 지분 158만407주(지분율 0.4%)를 4분기(10~12월) 중에 모두 매각했다. 앞서 공시한 ASML 지분 가치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지분 매각으로 1조2,000억 원 안팎을 번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2012년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 협력을 위해 ASML 지분 3%를 약 7,00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2016년 투자비 회수 차원에서 보유 지분 절반(1.4%)을 매각해 6,000억 원가량을 확보했다. 최근 가치가 상승하자 지난해 2분기(4~6월)에 0.7%를 매각해 약 3조 원, 3분기에 0.3%를 매각해 1조3,000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삼성전자가 ASML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반도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ASML의 장비가 2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제작의 유일한 방법이지만 최근 2.5차원 패키징과 같은 후공정 경쟁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승패가 갈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SML에서 더 많은 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열을 쏟기보단 후공정 투자에 집중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투자를 늘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설비투자(CAPEX)와 연구개발(R&D)에 역대 최대 규모인 53조1,000억 원, 28조3,400억 원을 집행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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