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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난민 '빼앗긴' 폴란드? "붙잡아야 산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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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슬픔과 분노를 낳았다. 길어진 전쟁은 고민과 갈등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 우크라이나와 이웃국가의 삶과 변화를 들여다봤다.
2022년 8월 132만6,075명이었던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난민은 지난해 6월 97만4,375명이 됐다. 10개월 사이 35만1,700명이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독일 내 우크라이나 난민은 67만9,640명에서 109만6,040명으로 늘어났다(41만6,400명 증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난민의 삶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1차 정착지에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대표적이다. 개전 초기만 해도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 덕에 우크라이나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정착한 피란민이 많았으나,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개인의 선택'을 따르는 2차 정착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폴란드에서 독일로의 이동이 압도적으로 많다. 독일 내 우크라이나 난민은 갈수록 증가해 지난해 12월엔 125만 명을 기록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한 연구를 폴란드 기반 이주노동자 연구·지원 재단 'EWL'에 의뢰했다.
EWL의 결론은 간단했다. "'더 나은 지원'(현재)과 '더 안정된 삶'(미래)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안제이 코르쿠스 EWL 대표는 "(폴란드로 건너온) 우크라이나 난민의 유출은 폴란드에 손해"라고 강조했다.
EWL이 지난해 8월 폴란드에서 독일로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 400명을 심층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선택의 이유(복수 응답 허용)는 다양했다. '더 매력적인 사회적 혜택 제공'을 꼽은 비율이 42%로 가장 높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27%) △지식의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26%) 등이 뒤를 이었다.
코르쿠스 대표는 "폴란드는 '초기 정착'이 비교적 용이한 국가겠지만, '통합'을 고려했을 땐 의문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전에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일터'였다. 언어 능력, 전문 기술 등을 요구하지 않는 일자리(제조, 물류 등)가 많아 노동 시장 진입이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 전 1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인이 폴란드에 있었는데, '통합 노력'은 서툴렀다"며 "독일처럼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언어 교육, 사회 적응 등의 기회를 부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난민 유출은 폴란드 입장에서 '기회 상실'이라는 게 코르쿠스 대표의 진단이다. 일할 사람이 줄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폴란드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유입은 '기회'나 다름없다는 이유다. 실제 폴란드 합계출산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2021년 1.33명), 청년들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서쪽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폴란드에 노동력을 공급할 뿐 아니라 엄청난 소비도 창출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폴란드 경제는 지난해 역성장했을 겁니다." 지난해 폴란드의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쳤다.
코르쿠스 대표는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다시 '매력적인 국가'가 되려면,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진입할 '통로'를 적극 마련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회계, 법 등 EU 표준을 우크라이나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폴란드가 관련 교육 등을 지원할 수 있다"며 "폴란드어 교육 기회 제공은 물론, 우크라이나 아동·청소년의 폴란드 교육 체계 편입 등이 이들의 정착을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싼 폴란드 내부의 저항·반대를 해소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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