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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빅텐트'... 정체성 우려 못 걷어내고 갈라선 이준석 ·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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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합당 합의 11일, 첫 공식 회의 일주일 만에 갈라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합의 때부터 주도권 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통합, 현안에 접근하는 두 대표의 인식 차 등 간극을 넘어설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결국 해소하지 못해 파국을 맞았다. 50일도 채 남지 않은 4·10 총선이 3파전에서 4파전 구도로 요동치면서 거대 양당의 득실 계산도 분주해지고 있다.
파국의 근본 원인은 '졸속 통합'에 있다. 이낙연 대표는 20일 회견에서 "통합을 설 연휴 이전에 이루고 싶었다"며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다"고 자책했다. 실제 양측은 지난 9일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당명 개혁신당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골자로 하는 큰 틀의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기본 정책이나 인선, 비례대표 순위 결정 방식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결정은 미뤘다. 이준석 대표도 13일 기존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합당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된 것이 아니었느냐'라는 지적에 대해서 일부 동의한다"고 인정했다.
두 대표의 업무 스타일도 간극이 컸다. 이준석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논쟁적이더라도 미래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어젠다를 띄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개혁신당"이라고 했다. 앞서 발표한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처럼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라도 적극 발굴해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엄중 낙연'이란 별명도 가진 이낙연 대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차이는 합당 철회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정책 결정 권한 다툼으로 이어졌다.
합당으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뒤 지지율이 오르는 현상)라도 누렸다면 합당을 유지할 유인이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 13~15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그쳤다. 1월 30일~2월 1일 같은 조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과 '이낙연 신당'이 각각 3%를 득표한 점을 고려하면, 양당의 지지율 합(6%)보다 오히려 떨어진 셈이다.
남은 선거기간을 고려하면 합당 파기 후유증은 양당 모두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운미래 측은 같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조응천 이원욱 의원이 개혁신당 잔류로 기울면서 다시 세결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극심한 공천 내홍을 겪는 민주당 상황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아직 미래를 단정하긴 어렵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정권견제도, 정권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정책 및 선거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많다. 다만 지역구 선거를 뛸 수 있는 현역의원 확보가 어려워졌다. 공천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를 최소화하고 있어서다. 현역의원 수는 '기호 3번' 획득이나 선거보조금 액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각에선 "합당 파기로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위주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개혁신당의 분열은 당장은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에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교차투표할 수 있는 정당이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은 조국신당과 새로운미래 2개 정당으로부터 압박을 받게 됐고, 정의당도 있다"며 "민주당 하위 20% 의원 등이 실제 새로운미래로 옮기면 사실상 분당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2월 13~15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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