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박민영·이이경이 '혐짤' 아이디어 짜내고...'내남결'은 시트콤 촬영장이었다

입력
2024.02.21 07:00
22면
구독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주역 박민영
피폐한 캐릭터 연기 위해 체중 37kg까지 줄이고 이온음료로 버텨
"달라진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선 지원, 펑펑 울며 촬영"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지원(오른쪽·박민영)이 수민(송하윤)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다. tvN 제공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지원(오른쪽·박민영)이 수민(송하윤)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다. tvN 제공

'말기 암 진단을 받은 뒤 천사인 줄 알았던 내 친구와 남편이 내 집에서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본다면···.'

배우 박민영(38)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1회 대본을 받은 뒤 이 장면을 가장 고민했다. "말할 수 없이 몸과 마음이 무너졌을 것 같아" 촬영 직전 체중을 37kg까지 줄였다. 피폐해진 모습을 분장으로만 표현해선 안 될 것 같았기 때문. 극한 체중 감량으로 체력이 바닥나 촬영장에서 이온음료를 마시며 버텼다.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힘이 없으니 소리가 안 나오더라고요. 그게 서러워 정말 울면서 촬영했죠." 20일 마지막 회 방송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민영의 말이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친구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울고 있는 지원(박민영). 그는 암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tvN 제공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친구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울고 있는 지원(박민영). 그는 암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tvN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남편한테 살해당한 지원(박민영)은 환생해 원한을 청산한다. '진화한 막장'이란 입소문을 타면서 드라마는 시청률 혹한기로 꽁꽁 얼어붙은 안방극장을 10%대의 시청률로 달궜고,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아마존프라임 TV쇼(시리즈) 부문에서 올해 공개된 콘텐츠 중 두 번째(19일 기준)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박민영은 "'이번 생은 망했다'며 두 번째 기회를 꿈꾸는 시청자들이 언어를 뛰어넘어 한국적인 이야기를 좋아해주신 것 같다"며 "'한국은 모든 게 '빨리빨리'라더니 드라마 전개도 빠르다'고 DM(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을 보낸 외국 시청자가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복수가 거듭될수록 박민영도 과감해졌다. 지원은 회사 야유회에서 게임을 하며 수민(송하윤)의 머리카락을 양손으로 움켜진 뒤 그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박민영은 "가짜로 싸우면 유치해 보일까봐 하윤이랑 '진심으로 가보자'고 한 뒤 두피까지 움켜쥐고 찍은 장면"이라며 뒷얘기를 들려줬다. 드라마 속 웃음을 책임졌던 지원의 남편인 민환(이이경)을 골탕 먹이는 장면들은 현장에서 대부분 애드리브로 촬영됐다. 박민영은 "둘 다 시트콤 출신이라 그런지 현장에서 '혐짤(혐오스런 이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박민영은 "20년 가까이 연기하며 이렇게 독기를 품고 연기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출연한 배우 박민영은 "20년 가까이 연기하며 이렇게 독기를 품고 연기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박민영은 '캔디형 캐릭터'에 특화된 배우로 꼽힌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에서 그는 집안 생계를 꾸리느라 대학 진학을 포기한 K장녀이자 짠 내 나는 직장인을 연기했다. 그는 "제 안에 '한'이 있는 것 같다"며 "10대 후반부터 일만 하다 번아웃이 왔고 지난 2년은 어두운 동굴에서 지냈다"고 고백했다. 그가 동굴에서 지낸 시간은 사생활로 구설에 오른 시기다. 박민영은 "그간 들떠서 자만했다"고 반성했다.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 박민영'으론 결점 없이 살 수 없게 된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연기로 최선을 다해 '배우 박민영'으로라도 일어서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지원이 '발을 디디고 서 있는데 배가 계속 흔들려 불안해. 나는 땅을 밟고 싶은데'라고 했는데, 그 대사가 와닿더라고요. 지원이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는 장면을 찍으며 눈물을 진짜 많이 흘렸어요. 지원이처럼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진심으로 절 아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양승준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