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됐다는 젊은이들 '요란하고 화려하게' 삽시다"

입력
2024.02.20 20:00
수정
2024.02.28 09:5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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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내놓은 김선현 교수
미술치료 관점에서 추려낸 자화상 104점 수록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내놓은 김선현. 한길사 제공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내놓은 김선현. 한길사 제공


"책 표지 그림은 폴란드 출신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1923년작 '녹색 부가티를 탄 타마라'입니다. 여성이 운전하고 다니는 게 쉽지 않던 시절,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자신을 그린 거죠. 전 대학 시절 이 그림을 보고 용기를 얻었고요, 요즘 한껏 위축돼 있는 젊은이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드라마 '연인'에서 남궁민이 그러죠. '요란하고 화려하게, 길채답게' 살라고. 그 뜻입니다."

20일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를 내놓은 김선현 전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의 설명이다. 김 전 교수는 국내 미술치료 1세대 격인 인물이다. 그림이 좋아 미술을 공부하다 그림의 치유적 힘을 발견하고 심리학 등을 공부한 뒤 독일, 일본, 프랑스 등에서 계속 미술치료를 공부했다. 그 뒤 원주세브란스 디지털치료제임상센터장, 차의과대 미술치료대학원장,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동일본 대지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네팔 지진, 포항지진, 속초·고성산불 등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와 유족 마음을 돌봐왔다. 이번 책엔 그 오랜 경험을 한데 모아 미술치료에 도움이 될 104점의 자화상을 골라 모아뒀다. 에드바르 뭉크 등 유명 화가뿐 아니라 아돌프 히틀러 같은 정치인에 대한 얘기도 곁들여놨다.

김 전 교수는 국내에선 아직 낯선 미술치료 전도사다. 미술치료의 가장 큰 장벽은 여전히 '그림 그리면 병이 낫느냐'는 반문이다. "안 낫죠. 그런데 독일 훔볼트대에 가서 보니 암환자들이 춤추고 그림 그리고 하면 생존율이 높아지더라고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엔 난감해하지만 일단 그리기 시작하면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삶의 의지를 다잡게 되거든요. 그 과정이 중요합니다." 너무 아파 거동이 힘든 경우 그림을 보여주기만 해도 효과를 본다고 한다.

김선현 교수가 지난해 한국일보와 함께 코로나19 시대를 겪은 아이들의 그림을 분석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선현 교수가 지난해 한국일보와 함께 코로나19 시대를 겪은 아이들의 그림을 분석해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해외에선 미술치료 전문가를 의사처럼 대우해주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러기 위해 한국에선 좀 더 많은 임상연구가 쌓여야 하고 좀 더 전문화가 돼야 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런 시간이 쌓이고 나면 미술치료가 국가적으로 공인되는 날이 오겠죠."

미술 투자 관점에서도 김 전 교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비싸다거나 유명하다거나 그런 거 말고, 한 번 봤는데 계속 내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림, 내 마음에 꼭 드는 그림을 고르세요. 그런 그림이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사시라고 권합니다. 그런 작품은 결국엔 가격도 오릅니다. 그리고 집에 편히 걸어둘 작품이라면 되도록 밝은 것으로 고르는 게 좋고요."





조태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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