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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가들

입력
2024.02.21 00:02
26면
DALL-E3(오픈AI에서 개발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를 활용한 일러스트레이션. 한국일보 자료사진

DALL-E3(오픈AI에서 개발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를 활용한 일러스트레이션.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작년에 즐겼던 작은 유희 중 하나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기괴한 이미지를 보는 것이었다. DALL-E Mini가 한창 인기를 끌 때였는데, 이걸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확연히 티가 날 정도로 조잡하면서도 또 예상치 못한 느낌을 줘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개중에서 내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은, ‘사탄을 만난 마거릿 대처’라는 프롬프트를 넣은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에서는 대처가 자기 자신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하여튼 당시에 생성형 인공지능은 재미있는 장난감 비슷한 것이었다. 나도 DALL-E Mini에, 뭐, 예를 들면 ‘양로원에서 벌어지는 핫도그 푸드파이트’ 같은 프롬프트를 쳐 넣고 그 결과를 보는 것을 즐겼지, 미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창작과 예술은 언제까지나 인간의 영역일 것이며 결코 침범받지 못할 거라는 고루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연구의 최전선을 달리는 공학자와 과학자들은 내가 SF 작가라는 사실을 부끄럽게 해주었다. 나는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생성형 인공지능이 발달해온 속도는 경이롭다는 수식이 부족할 지경이다. 손가락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던 인공지능은, 이제 아주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도저히 사람이 그려낸 그림과 분간할 수 없는 그림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오픈AI에서 발표한 ‘Sora'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 서비스에서는 프롬프트를 쳐 넣기만 하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1분 길이의 영상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세계를 바꿔버릴 것이고, 이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규정짓는 발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서 보는 영상이나 사진은 결코 믿을 수 없는 정보원이 될 것이다(원래도 그랬지만, 더욱). 인공지능의 학습과 저작권 이슈도 계속 사회의 종양으로 남을 것이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새로운 시대에서 어떤 예술가들이 살아남을까 하는 것이다. 더욱 발달한 인공지능이 객관적으로 의미 있는 예술작품을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런 기술적 발전이 정말로 일어난다고 해도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매우 슬프긴 하겠지만.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 최대한 추측해 보면, 그런 시대에서 살아남는 예술가는 오직 자기 작품만으로 스스로를 빛낼 수 없을 것이다. 지금도 작품에서 작가를 완전히 분리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 시대에서 작품은 작가 그 자체의 투영이 될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할 것이다. 더 매력 있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작품의 아우라는 오직 작가 개인의 매력에서 발현할 것이다. 흠, 그렇다면 그 세계에서 나는 확실히 망할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이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챗GPT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직후 서점 매대에는 챗GPT로 쓰인 책들이 엄청나게 올라왔다. 이 책들은 하나같이 조금의 가치도 없는 나무의 시체 묶음이었다. 하지만 그중 몇몇 책들은 괜찮은 판매고를 올렸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공지능이 썼다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책의 내용보다는 그 이야기에 열광했다.



심너울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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