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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검토 필요한 바이오매스 발전보조금

입력
2024.02.21 04:30
수정
2024.02.23 14:53
25면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의 주원료인 목재펠릿. 목재를 톱밥으로 분쇄한 다음 건조 압축해 열효율을 높인다. 산림청 제공

목질계 바이오매스 발전의 주원료인 목재펠릿. 목재를 톱밥으로 분쇄한 다음 건조 압축해 열효율을 높인다. 산림청 제공

환경파괴로 손가락질받고 수익성도 없는데 오히려 담합으로 제재까지 받는 사업이 있다. 기술 혁신이나 업계 시황이 나아지리라는 전망도 없이 정부 보조금만으로 유지되는 이 산업은 무엇일까? 바로 바이오매스 발전이다.

바이오매스 발전은 산의 나무를 베어 펠릿, 칩으로 가공해 화력발전소에서 태워 전기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2024년에 나무를 태워 발전한다니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바이오매스는 우리나라의 2위 재생에너지원으로 발전량은 풍력의 세 배에 달한다.

멀쩡한 숲을 베어내니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시민의 휴식처인 우리 산림이 황폐해진다.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나무를 태우는 비효율적 발전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전기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라는 혜택을 받아 비싸게 팔린다. 국가가 주도해 바이오매스 발전에 추가 수익을 주는 것이다.

2021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산림바이오매스의 발전원가가 태양광, 풍력보다 높다고 밝혔다. 바이오매스는 한정되고 소중한 자원인 나무를 계속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기술 발전도 없으니 경제성 개선도 요원하다. 세계적으로 태양광의 발전원가는 10년 전 대비 11%로 떨어진 반면 바이오매스는 75% 수준을 유지했다.

벌목부터 원료 가공, 발전소 투입까지 산림청 주도 아래 폐쇄적으로 돌아가는 산업이라 불투명한 구조도 비난받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국내 최대 목재펠릿 업체가 이미 계약 관계의 대기업을 들러리로 세워 한국남동발전의 원료 입찰에 참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원목으로 펠릿을 만들고 부산물인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로 거짓 유통해 최고 등급의 REC 가중치를 받아가는 정황이 산림청 통계 분석에서 드러났다. 이렇게 바이오매스 업계가 누리는 REC 가중치는 매년 7,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세계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세 배 확대하는 동시에 산림 파괴도 중단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합의문은 태양광, 풍력, 배터리의 경쟁력과 가능성에 주목했으며 바이오매스는 논의 주제도 아니었다. 미국의 세계 최대 목재펠릿 기업 엔비바(Enviva)는 1년 사이 주가가 99% 폭락해 파산 신청을 앞두고 있다.

산림 파괴를 수익모델로 삼아 보조금으로 장사하는 담합 시장은 정부가 지원할 이유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곧 발표하고 REC 가중치를 개편할 계획이다. 에너지 주무부처의 책임 있는 바이오매스 발전 축소 계획을 기대한다.


송한새 기후솔루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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