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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축구협회의 '입'

입력
2024.02.20 10:02
수정
2024.02.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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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뉴시스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대화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 뉴시스

"이 모든 일이 농담에서 일어났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남자 대표팀 감독은 최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오게 된 배경을 이 같이 설명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 후임을 물색 중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만나 '코치를 찾고 있냐'고 농담처럼 물었고, '흥미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는데, 정 회장이 며칠 뒤 직접 전화해 '매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 회장의 설명과는 정 반대되는 주장이다. 정 회장은 16일 클린스만 전 감독 해임을 발표하면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여러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벤투 전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후보를 61명에서 23명으로 추린 뒤 마이클 뮐러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으로 좁혀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 회장의 말은 '거짓말'이 될 뿐만 아니라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일었던 그간의 숱한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실제 클린스만 전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 때부터 정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해 선임 과정에서 두 사람 간 별도 논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재차 불거져왔다. 이런 와중에 나온 클린스만 전 감독의 폭로는 정 회장과 축구협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기 충분하다.

문제는 축구협회의 대응이다.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전 감독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두 사람 간 사적 대화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급기야 "그쪽 매체(슈피겔)가 보도했다고 해서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를 우리가 밝히는 것도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고, 굳이 협회가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정 회장이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를 무시하고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관심을 표명한 걸 두고 과연 '사적 대화'라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축구협회의 '장'이다.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 행정 및 회원 단체를 총괄하는 곳이다. 그런 정 회장이 자신에게 특정 직을 물어오는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관심을 표하고, 관련 대화를 사적인 자리에서 별도로 이어갔다는 건 월권 행위에 가깝다.

더욱이 대표팀 선수들의 불화설 보도에는 총알 같이 사실 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모자라 폭로에 적극 가담했던 축구협회가 유독 이 문제에는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도 없다"고 대응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처사다. 지금 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은 정 회장을 감싸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이는 모든 사안에 무엇이 사실인지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잘못된 점을 하루 빨리 시정해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선택적 확인과 괜한 발뺌으로는 추락한 신뢰를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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