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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제거 살해의 비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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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후 정적(政敵)의 의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2006년 FSB 비리를 폭로하는 회견을 연 뒤 런던의 한 호텔에서 과거 동료가 건넨 홍차를 마시고 숨졌다. 같은 해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자택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고, 푸틴의 측근이던 용병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무장반란 두 달 뒤 전용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 16일(현지시간)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감옥에서 돌연사한 사태를 서방에선 푸틴의 소행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나발니는 2011년 푸틴의 부패를 폭로하며 최대 정적으로 떠올랐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선거 때 득표율 27%로 푸틴을 긴장시킨 뒤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2017년 괴한이 뿌린 독성액체로 한쪽 눈이 거의 실명상태가 됐고, 2020년 비행기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돼 7일간 의식불명에 빠졌다.
□ 권력자의 정적 제거 시도는 도처에서 등장했다. 북한에선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를 얼굴에 맞고 살해됐다. 궁중암투 또는 역모죄를 씌워 삼족(친가, 외가, 처가)을 멸한 조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도 정부수립 후 이승만 시대에 대선 차점자인 죽산 조봉암이 간첩혐의로 사형집행된 사례가 ‘사법살인’으로 회자된다. 박정희 때는 1973년 도쿄에서 자행된 김대중 납치사건, 1975년 유신 비판자였던 장준하의 의문의 실족사가 있었다.
□ 찜찜한 건 미국의 대선 유력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적 비판이 갈수록 “사악하고 저급하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점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정적을 향해 쓰는 “박멸해야 할 해충(vermin)”이란 구절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파시스트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파시즘은 극우독재체제를 말한다. 최고권력자의 자의적 통치, 정적에 대한 복수가 특징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다 권력의 눈 밖에 나는 인사들을 국민과 여론은 늘 주시해야 한다. 시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민주주의 보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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