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적법한가… 국제사회 압박에도 버티기

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의 팔 점령 적법성 심리
이스라엘에 비우호적 여론… 외교 압박 거세질 듯
이 내각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안 해" 강경일변도

이스라엘군 전차 한 대가 13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국경을 넘어 가자지구로 진입하고 있다. 가자=AP 뉴시스

이스라엘의 선택은 공존이 아닌 공멸이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문을 18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국제사회의 '두 국가 해법'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전쟁 중인 하마스에는 "다음 달 10일 라마단까지 인질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을 강행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국제사회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따갑다. 유엔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지난 56년 동안의 팔레스타인 점령이 적법한지 가리는 역사적인 재판을 시작했다.

ICJ 판결 구속력 없지만 국제여론 영향

AP통신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ICJ는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을 사실상 강점한 데 대한 적법성을 판단하는 재판의 첫 심리를 19일부터 6일간 진행한다.

앞서 유엔이 2022년 12월 관련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ICJ에 의견을 구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인의 이동할 자유 제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 행사 △가자지구의 비참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측은 이날 법정에서 이스라엘이 국제법의 세 가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이 △점령지의 대규모 합병을 통한 영토 정복 금지를 위반하고 △팔레스타인의 자결권을 침해했으며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 문제의 본질은 법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분쟁인 탓에 ICJ는 의견을 내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안지구에 대해서는 ICJ의 관할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번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다.

2020년 11월 19일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태운 이스라엘 공군 블랙호크 헬기가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상공을 맴돌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세운 분리장벽이 보인다. 서안=AFP 연합뉴스

여론은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이미 불법으로 간주했다. 2004년 ICJ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에 건설한 분리장벽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스라엘이 이를 묵살했을 뿐이다. ICJ 판결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에 불리한 판결이 또 한 번 나올 경우 외교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클라이브 볼드윈 수석법률고문은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법에 새겨짐으로써 상당한 도덕적, 법적 권위를 갖는다"며 "이스라엘 당국이 인종차별과 박해 등 반인도적 범죄를 포함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심각한 학대를 강조해야 한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강경일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안 해"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이스라엘은 더욱 강경하게 버티고 있다. 가자지구의 '마지막 피란처' 라파 공격을 수차례 시사한 가운데 다음 달 10일 시작되는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을 마지막 시한으로 제시했다. 중도 성향의 제2야당 국가통합당 대표로 전시내각에 합류한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18일 예루살렘에서 유대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나 "라마단까지 남은 인질을 석방하지 않으면 라파를 침공하겠다"고 말했다고 TOI는 전했다.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서 무력 충돌하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도 경고했다. 그는 "헤즈볼라를 우리 국경에서부터 몰아낼 것"이라며 "레바논에서 전쟁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몇 시간 앞서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각료회의를 열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일방적 조치를 거부한다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외교 해법을 거부하면서 휴전 협상도 멀어지고 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127명이 숨졌다고 19일 보도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는 물론 남부 칸유니스와 라파도 간밤 공격을 받았다. 가자시티에서는 구호품을 받기 위해 구호트럭을 향해 달려가는 주민 수백 명이 IDF의 총격을 받았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