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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독립영웅들은 모두 장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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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테네현 페리스테리(Peristeri)란 도시의 17관서 경찰서장이 1971년 2월 중순 관내 카페와 술집, 당구장 등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여 67명을 “심층 신원조회”가 필요하다며 강제 연행했다. 경찰은 이발사 3명을 불러 사실상 불법 구금상태였던 그들 중 16~24세 장발 청소년 40명을, 경찰 당국 표현에 따르면 “단정하게(decently)” 이발시킨 뒤 20일 석방했다. 시장은 서장의 단호한 솔선수범에 찬사를 보냈고, 서장 역시 해당 청소년들의 부모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자랑했다. 군부 쿠데타에 이은 계엄령이 4년째 이어지며, 불법 체포와 감금 폭행 고문이 일상적으로 빚어지던 때였다.
하지만, 친정부 성향의 언론 매체들조차 서장의 조치를 사설 등을 통해 비판했다. 한 매체는 군부 수장 요르요스 파파도풀로스가 연초 민심 수습용 연설에서 공권력의 월권행위를 비판한 일을 언급했고, 다수의 기고자들도 일부 가명이나 이니셜로 신분을 감추기는 했지만 경찰 조치를 초법적인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 한 대학생은 “그리스인에게 긴 머리는 영웅적 용맹성의 상징이다. 그리스 독립전쟁의 모든 영웅들도 장발이었다”고 독자 투고 글에 썼다. 마침 그해는 그리스 독립전쟁(1821년) 150주년이어서 장발을 한 독립 영웅들의 초상화가 거리 곳곳에 내걸려 있던 때였다. 당시 법무장관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 조치에 공감하지 않는다. 국가는 개인의 개성에 간섭할 권리가 없으며, 이번 조치는 청년들의 반사회적 성향을 강화해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무부 격인 공공질서부 대변인은 “조치의 적법성과 적절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겠지만 삭발당한 청소년이나 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만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을 건 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당연히 경찰서장에 대한 징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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