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본인부담상한 초과분, 보험사 지급할 필요 없어" 대법 첫 판단

입력
2024.02.18 12:49
수정
2024.02.18 13:48
10면
구독

"보험사에 의료비 달라" 2심 파기환송
대법 "본인부담상한 책임, 건보공단에"
'금감원 약관 제정' 이전 계약에도 적용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의료비는 실손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환급해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김모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5일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21년 8~10월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 등을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했다. 2008년 11월 보험에 가입할 당시 특약에 포함된 '질병으로 입원 치료 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김씨)가 부담하는 입원 및 수술 비용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보험사는 111여만 원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이 환급해야 할 돈이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의료비 본인부담상한제도는 의료비 중 비급여 항목 등을 제외한 환자 부담금이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초과분을 건보공단이 돌려주는 것을 뜻한다.

1심은 보험사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약관 내용이 명백하지 못하거나 의심스러운 때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특약은 피보험자가 지출한 의료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출한 의료비 전액에 관하여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건보공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씨의 특약은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특약의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해보험이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인 점, 본인부담금상한제가 본인부담상한액의 부담 책임을 건보공단에 지우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대법원은 "'환급이 가능한 초과분은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금융감독원의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이 2009년 10월에야 제정됐다"는 김씨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험계약이 금감원 표준약관 제정 전에 이뤄졌더라도 특약에 관한 해석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액은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첫 판결"이라며 "2009년 10월 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시행 전 체결된 실손의료보험 사안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