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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원래 고통스럽다"'...이유 있는 '생철학'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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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와 니체. 최근 국내 서점가에서 가장 많이 호명되는 이들이다. 공통점은 인생 철학이나 삶에 대한 철학으로 불리는 이른바 '생(生)철학' 계열 철학자라는 점이다. 생전에 큰 조명을 받지 못했던 생철학자들의 목소리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때아닌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회 불안·고통 지수가 높아진 현실을 드러내는 단면이자 즉각적인 해답을 갈구하는 대중의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8일 온라인 서점가에 따르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등 생철학의 효시로 간주하는 철학자 쇼펜하우어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후 지난달 20만 부를 돌파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그 대표 주자. 인터넷서점 교보문고 집계로 지난해 11월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고려대 철학연구소에 재직 중인 서양철학 연구자 강용수 작가가 쓴 책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발언을 발취해 소개한 책이다. 책은 쇼펜하우어가 강조한 의지와 고통의 문제에 관련한 인생 조언을 소개하며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는 독자들의 마음에 선명한 가르침을 준다.
'생철학' 일파인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도 덩달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니체의 삶을 토대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 '마흔에 읽는 니체', 니체의 명문장을 수록한 '니체의 말' 등이 교보문고 판매순위 1, 2위를 석권하며 인기를 끈 데 이어 신년 들어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니체가 답하다', '하루 한 장 니체 아포리즘' 등 관련 신간이 잇따라 출간되며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10년 만에 철학 실용서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일반 철학책과 달리 자기계발적 요소가 강해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생철학적 화두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 뭘까.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유럽에서 발생한 생철학은 체험을 통해 모든 것을 파악하려고 한 철학 부류다. 유럽 정신을 지배하던 전통적인 합리주의와 과학주의적 기계론에 반대하고 의지와 직관을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쇼펜하우어는 주류 철학자들과 교류하는 대신 학문을 공부하는 데 몰두하고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이른바 '자기계발'형 철학자였다. 다양한 삶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인생 전반에 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류 저술도 다수 남겼다. 김수영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요즘 많이 읽히는 쇼펜하우어 관련서들은 저자가 원전에서 발췌한 내용이나 가벼운 소품류 에세이를 재편집한 내용이 다수라 철학서라기보다 자기계발서적 성격이 짙다"며 "'인간이 건강하려면 운동이 필요하다', '삶이 괴롭다면 평소보다 많이 먹고 많이 자라' 같은 시시콜콜한 조언이 현대 생활과 파편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자기계발에 심취하는 요즘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질병이나 불황 같은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도, 쉽게 예측할 수도 없는 사회경제적 불안 요소가 증가한 배경도 생철학이 각광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우리나라 서점가에서 생철학 관련서가 주목받은 시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 불황이 가시화되면서부터다. 다수 독자들이 생철학을 진지한 철학 담론보다는 미래 불안을 헤쳐 갈 공리적 지식과 기술로서 받아들인 것이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생철학은 근본적으로 실제 삶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을 묻고 즉각적인 답을 구하는 철학 사조인데 인공지능(AI) 기술 출현과 동시에 주목받기 시작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높아졌다"면서 "생철학의 인기는 사회 전반에서 개인의 자아 불안이 심해지고 있으며, 즉각적이고 실용적인 위로 욕구가 상승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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