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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이 소년범·노동자·노인을 '밝고 경쾌하게' 그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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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소수자가 주인공인 소설은 반드시 진지해야 하는 걸까. 구조적 차별이라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상징하는 이들은 그간 문학 작품에서 대체로 어둡고 무겁게 그려졌다. 최근 장르소설은 이런 법칙과 거리를 둔다. 소년범, 노동자, 노인 등 약자를 내세우면서도 유쾌하고 밝은 서사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최구실 작가의 장편소설 ‘소녀, 감빵에 가다’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최 작가는 마약 거래, 중독, 사기죄 등 저마다의 죄를 짓고 소년원에 가게 된 촉법소년 등 청소년 범죄자들을 통해 강한 처벌만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질문을 던진다. 현실 속 소년범이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의 복잡한 배경, 또 소년원이라는 공간의 명암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짚으면서도 이야기는 생기발랄함을 잃지 않는다. 자기 과오를 직시하는 등장인물들도 소년범이라는 처지에 마냥 좌절하며 방황하지만은 않는다.
최 작가는 첫 장편소설의 주인공을 소년범으로 정한 이유를 “언론에서는 소년범의 범죄 자체만 조명하지만,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설을 쓰면서) 소년범 스스로는 물론이고 사회가 '범죄가 일어난 다음'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최근 장르문학은 현실의 모순을 예리하게 파고들되 어깨의 힘을 뺀 것이 특징이다. 역행하는 노동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단편소설집 ‘어느 노동자의 모험-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전형적인 투사가 아니며 설정도 사회 소설을 따르지 않는다. 로맨스 웹소설 속 여주인공의 친구 캐릭터에 빙의한 인물,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삼도천(불교에서 이승에서 저승으로 갈 때 건넌다는 개천) 뱃사공 등이 화자로 나온다.
만 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한 상황에서 정성문 작가의 장편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는 노인의 대중교통 탑승이 금지된 30년 후의 미래를 그린다.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고령층을 위한 사회보장 제도를 없애고, 노인 안락사를 장려하는 새 정부에 저항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암울하거나 비장하지 않다. 정 작가는 소설이 현실의 노인차별을 꼬집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SF가 아닌 SSF 사회과학 소설로 불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학계에서 여전히 ‘비주류’로 불리는 장르문학의 관심사가 약자·소수자로 향하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순문학·장르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젊은 작가들이 늘면서 이들이 특유의 상상력으로 현안을 환기하는 것이 장르문학의 약자·소수자 묘사를 바꾸는 동인이 되고 있다. 김지아 구픽 대표는 “이전 장르문학은 사회 문제를 비유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현실에 관심이 많은 요즘 젊은 작가들은 소재를 소설로 직접적으로 가져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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