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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과 디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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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검찰이 지난 1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를 전격 기소한 건 공소유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다. 앞서 검찰은 2022년 전직 경기도 직원 조명현씨의 공익제보를 접했다. 김씨 수행비서였던 별정직 5급 배모씨가 경기도 법인카드를 이 대표 부부 음식값 결제 등에 유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배씨의 법카 유용(업무상 배임) 혐의와 이 대표 부부의 공범 혐의를 수사해왔고, 그 해 9월 대선 관련 선거법 공소시효(9월 9일)를 하루 앞두고 배씨만 먼저 기소했다.
▦ 검찰은 그 배씨에 대한 2심 판결이 지난 14일 내려지자, 즉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기소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배씨 기소로 공범 혐의를 받는 김씨의 공소시효도 만료 하루 전에 자동 정지됐으나, 배씨가 2심을 수용해 판결이 확정되면 김씨의 공소시효도 즉각 재개되므로 순식간에 김씨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사고'를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 부인 3명 등 총 6명에게 합쳐서 고작 10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는 혐의는 아무래도 옹색했다.
▦ 즉각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온라인에는 “여섯 명이 탕수육 큰 거 한 접시에 짜장면만 시켜 먹어도 10만 원”이라며 기소의 무리함을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진다. 특히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비교해 “300만 원짜리 명품백 뇌물 수수는 외면하고 고작 짜장면급 식사 대접만 기소하냐”는 식의 야유가 들끓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까지도 디올백 관련 검찰수사 촉구성 발언을 이었다.
▦ 하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국면의 식사 제공은 카드 유용은 물론, 공직선거법에도 분명히 저촉될 수 있는 혐의다. 반면, 대통령 부인이라도 사적 사무실(영부인이 독자적 직업이나 사무실을 갖지 말란 법은 없다)에서, 지인으로부터 디올백을 선물 받았다고 해서, 직무연관성 등이 뚜렷하지도 않은데 그걸 뇌물이거나 ‘김영란법’ 위반으로 보고 수사나 기소하라는 건 무리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굳이 형평성을 따지려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비교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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