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고 마른 젊은 남성을 주로 괴롭히는 ‘기흉’

입력
2024.02.18 1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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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흉통·호흡곤란 등으로 삶의 질 저하 유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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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흉(氣胸)은 허파 표면에 구멍이 뚫려 공기가 새거나 유입되면서 흉막강(胸膜腔·두 겹의 흉막 속 밀폐된 공간)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는 질환이다.

폐가 수축하기에 흉통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가슴 통증은 갑자기 발생하며 공기량이 늘어날수록 통증은 사라지고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증상은 대부분 24시간 이내 사라진다. 사람마다 가슴 통증이 다른데, 등쪽에서 생기거나 칼로 찌르는 듯한 증상을 호소한다.

기흉은 흉막강에 공기나 가스가 찬 상태이기에 이를 빼주면 간단히 치료될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그리 간단한 질환이 아니다. 기흉은 발생 원인과 종류가 다양하기에 이에 걸맞은 치료를 해야 하는 꽤 까다로운 질환이다.

우선 ‘1차성 자연 발생 기흉’은 마르고 키가 큰 젊은 남성에게서 자주 발생하는데, 치료법이 표준화돼 있어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 문제는 10대 중반~20대에 발생하면 환자의 30~50%가 1년 내 재발하고, 재발 환자의 70% 이상이 1년 내 또다시 재발한다는 점이다.

재발로 인해 수술(흉관삽입술·폐쐐기절제술)을 하면 3~4일 입원해야 하고 수술 후 통증도 걱정해야 한다. 다만 흉막강에 든 공기를 빼내는 흉관이 전보다 훨씬 작은 관이어서 통증이 크게 줄었다.

‘2차성 기흉’은 결핵·악성 종양·폐섬유증·만성폐쇄성폐질환(COPD)·폐기종 등을 앓는 고령인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에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특히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을 때 기흉이 생기면 ‘긴장성 기흉’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긴장성 기흉은 흉막강 내로 공기가 유입되지만 배출되지 않으면 종격동(縱隔洞·양쪽 폐와 심장 사이 공간)과 심장이 한쪽으로 쏠려 혈압이 크게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또한 30~40대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월경성 기흉’은 자궁내막 조직이 복강에서 횡격막을 통해 흉강 안으로 들어가 늑막·폐 조직에 생착해 발생한다. 월경성 기흉은 다른 기흉과 구별하기 쉽지 않아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일반 기흉 수술과 달리 정밀 수술을 하지만 재발이 잦고 수술 후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할 때도 많아 안타깝다.

아주 드물게 낭포성 폐 질환 일종인 ‘림프관평활근종증(LAM)’과 ‘빌트-호그-두베 증후군(BHD)’으로 기흉이 생긴다. 이로 인해 생긴 기흉은 진단도 쉽지 않고, 주기적인 관찰도 해야 한다.

LAM은 20~40대 여성에게서 자주 발생하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진단해 관리하면 병 진행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지만, 폐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견하면 폐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

BHD는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폐·콩팥·피부 병변에서 특징적인 모습이 나타나는 걸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최근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폐 기낭(폐에 만들어진 얇은 벽 주머니) 분포·모양을 통해 병을 의심해 유전 검사로 확진한다. BHD는 LAM과 달리 외래에서 경과 관찰을 하는데, 기흉이 생기면 흉관 삽입과 수술로 관리할 수 있다.

기흉은 이처럼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치료법도 여러 가지다. 정확한 발병 원인을 찾아 적절히 치료한다면 흉통과 호흡곤란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기흉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성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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