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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가 본 의대 정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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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료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지역의료인력의 부족, 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해 5,058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2030년 1만4,000여 명, 2035년 2만7,000여 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론조사에서도 90%의 찬성을 받고 있다.
대입에서 의대 인기가 급상승하더니 현재는 전국 모든 의대 다음에 서울공대라고 한다. 의대를 졸업하는 것이 그 어떤 대학 학과를 졸업하는 것보다 안정된 취업과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국세청 통계에 의하면 2014년 대비 2021년 의사들(치과·한의사 포함)의 평균 소득이 7년 만에 55.5% 증가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개원의 평균 소득은 노동자 평균 소득의 6.8배로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지난 40년 동안 변호사는 10배 늘었는데 의사 수는 3배 늘었다.
정부 발표나 여러 통계를 보면 의료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필자도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다만 그 방식이나 대책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왜 갑자기 65%나 정원을 확대해야 하는지 그렇게 확대한 정원을 의사로 양성할 대책이 있는지 정원 확대만으로 정부가 내세운 목표가 실현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우려되는 부분은 의료인력 양성 문제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교육은 필수적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받게 될 것인데 그 교육의 결과를 사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법률가로서 일해 보니 의료계나 법조계가 도제식 양성과정이나 전문직으로서의 업무 특징 등 유사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20여 년 전 한국 법조인 수가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고 지방에서는 더욱 그러하며, 변호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정부 주도로 사법개혁이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로스쿨 도입 등 여러 정책이 실시되었고 연간 변호사 배출 숫자가 갑자기 80% 정도 증가한 점도 현재 의료계 상황과 비슷하다.
로스쿨 도입 15년 후 현재 변호사들의 진로가 다양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 외 다른 여러 문제는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신입 변호사들에 대한 적절한 실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인데 실증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문과 우수 인재들의 로스쿨 진학 추세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 말대로 의대 정원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으나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 문제를 막연한 예측을 근거로 정책을 수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어렵고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폭넓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보았으면 어땠을까 한다. 여러 분야 전문가들, 의사들, 일반 국민들의 논의 과정에서 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도 있고 의사들의 반발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곧 의사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반발할 것 같고 정부는 강하게 정책을 밀어붙일 것 같다. 이 와중에 의사 선생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갈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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