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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팔레스타인인 추방 연기… 미국 내 '아랍계' 표심 의식했나

입력
2024.02.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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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든든했던 아랍계, 지지 철회 고민"
아랍계 달래면서 친이스라엘 기조는 유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을 지원하는 안보 예산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을 지원하는 안보 예산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내 팔레스타인인 추방을 18개월간 연기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의 분노를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18개월 동안 미국 내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 조치로 강제 출국 예정이던 약 6,000명의 팔레스타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남을 수 있게 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끔찍한 테러 공격과 이스라엘의 후속 군사 대응 이후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정부 조치로 미국 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안전한 일시적 피난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미시간주 워런 전미자동차노조(UAW) 회관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동안 회관 바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가자지구 휴전 촉구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런=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미시간주 워런 전미자동차노조(UAW) 회관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동안 회관 바깥에서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가자지구 휴전 촉구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런=로이터 연합뉴스


NYT는 "이번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때 든든한 아군이었던 아랍계 미국인들로부터 압력을 받아 온 가운데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 무슬림 유권자 중 69%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는 등 아랍계 미국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3주 만인 지난해 10월 말 공개된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미국인의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17.4%로 급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줄곧 이스라엘 편에 서자 아랍계의 배신감이 커진 것이다.

재선에 도전 중인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이런 아랍계 민심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아랍계 표심을 겨냥해 잇따라 조치도 내놓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을 저지른 이스라엘 정착민 4명을 제재하는 지난 1일 행정명령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랍계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결정을 반겼다. 미국아랍차별금지위원회의 아베드 아윱 이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 내 팔레스타인인들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최소 2만8,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사망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근본적인 친(親)이스라엘 기조를 바꾼 것은 아니다. NYT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에도 조건을 붙이지 않는 등 주요 정책 변화의 조짐이 없다"고 분석했다. 141억 달러(약 18조8,000억 원)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안보 예산안은 민주당 주도로 13일 미국 상원을 통과해 하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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